<연재소설>(674)벤처기업

나는 부통령에 출마를 결심했다. 추종자들이 대통령에 출마하라고 했지만, 지역의 열세를 면키 어려웠다. 정치적인 인기도는 충분하다고 하였으나, 선거는 대중적인 인기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동안 여러 선거를 거치면서 얻어낸 결론이었다.

 잠정적으로 부통령 출마를 굳히고 나서 나는 의원 동지들과 함께 의논했다. 아직은 후보로 입후보할 시기가 아니었고, 선거운동 역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미리 대책을 수립해놓아야 했다.

 “최 의장님, 오늘날의 정권에서 부통령의 존재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내각제로 체제가 바뀌면서 대통령조차 권한이 축소되었는데, 부통령이 무슨 소용입니까?”

 노 의원은 나하고 비슷한 시기에 함께 의원 활동을 했던 사람이었다. 초선 때 내가 정치 자금을 대주었던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는 성격이 급해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곧잘 과격한 행동을 하는 편이었고, 당에서는 그것을 이용해서 그를 행동대장으로 내세워 육박전을 할 때 앞세우곤 하였다.

 “노 의원,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우리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부통령이 하는 일이 없고 권력이 없다고 해도 부통령은 부통령입니다.”

 “부통령은 대통령이 유고시에 권한을 이어받는 기능과 북한 정권에 대한 전권 대사의 역할이 있습니다.”

 홍 의원이 말했다. 홍 의원은 대통령 후보 홍석천 고문의 아들인데, 그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소장파 의원 한 명이 나서면서 비꼬았다.

 “대통령 유고시에 권한을 이어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까? 그럼, 늙은이 대통령과 러닝메이트가 되어야겠군요?”

 모여 있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승산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으려는 것은 승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총리 선거에 출마하시죠.”

 “우리 당에서 총리로 밀 분이 내정되어 있지 않습니까? 나를 총리로 민다는 말이 새어나가면 당이 내분되니 함구해 주십시오. 나는 행정력에는 약하니까 총리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부통령에 출마할 생각을 하였으니 그렇게 알고 진행해 주십시오. 부통령의 역할 중에 매력을 주는 것은 대북한 창구에 대한 전권을 가지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