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들이 닷컴기업의 상징지역이던 서울 테헤란로를 떠나고 있다. 비싼 임대료와 교통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테헤란로에 남을 명분이 약하기 때문. 특히 그동안 자금에 한계를 갖고 있는 신생기업들이 주로 테헤란로를 등졌으나 최근에는 중견기업들까지 ‘탈 테헤란로’에 동참, 주목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닷컴기업 최대 밀집지역으로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의 ‘본산’으로 평가되던 테헤란로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대신 자금력이 풍부한 일부 코스닥 등록기업이나 외국계 인터넷기업 등 이른바 ‘잘나가는’ 닷컴기업들을 중심으로 테헤란로의 새로운 ‘닷컴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왜 떠나는가=닷컴기업들이 테헤란로를 벗어나려는 것은 무엇보다 테헤란로입주 자체의 매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닷컴붐이 일기 전까지만 해도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교통도 2호선을 중심으로 편리했으나 닷컴붐이 과열되고 관련 기업·기관·단체들이 집중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한 것이다.
특히 벤처붐이 고조될 때는 테헤란로 입주 자체가 투자가들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됐으나 이젠 ‘수익성’과 ‘내실’이 중시되고 있다. 중견 인터넷업체의 한 관계자는 “테헤란로만 약간 벗어나도 임대비가 절반도 안들어 그 자체만으로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며 “온라인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닷컴기업이 비싼 임대료를 내가며 테헤란로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어디로 가는가=테헤란로를 등지는 닷컴기업들은 대부분 강남 인근 지역이나 여의도·관악구 등 다방면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의도는 특히 금융 중심가인 데다 평균 임대료가 테헤란로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교통도 편리해 닷컴기업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다. 사이버텍홀딩스·쓰리소프트·펜타시큐리티·누리텔레콤 등 이미 중견 인터넷업체 상당수가 여의도에 둥지를 튼 상태다. 서울 봉천동과 신림동 인근의 ‘관악밸리’와 구로공단 및 인근 지역을 포함하는 ‘구로밸리’, 소프트웨어진흥원 이전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송파밸리’ 등도 닷컴기업들로부터 주목받는 지역. 그런가 하면 아예 분당·일산 등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기업들도 있다. 최근 테헤란로에서 논현동으로 이전한 유니위스 박우경 사장(38)은 “사무실 이전으로 공간은 넓어졌지만 비용은 오히려 이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잘 이전한 것 같다고 했다.
◇향후 전망=테헤란로의 매력은 1∼2년 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자금시장이 풀리고 경기가 호전되면 닷컴기업들이 다시 테헤란로로 몰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벤처캐피털 등 금융기관을 비롯해 선발 닷컴기업들과 벤처지원기관, 관련 단체들이 많아 정보교류와 비즈니스에는 아직 테헤란로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테헤란로는 수서·일원·분당 등과 연결돼 있어 전문인력을 채용하기 유리하다는 점도 강점. 전문가들은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교류가 중시되는 닷컴기업의 특성상 관련 기업과 기관이 밀집한 테헤란로의 매력은 아직 그대로 살아있다”며 “자금 상황이 좋아지고 경기가 풀리면 다시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