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외국기업과 얽힌 특허관련소송이 대부분 첨단 반도체분야에서 자석 등 일반 기초 소재부품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미 마그네켄치사가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ND자석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을 낸 것을 계기로 국내업체들이 양산에 들어갈 채비를 갖추고 있는 청색LED, 홍채인식모듈 등도 외국업체들의 특허공세에 휘말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일반 부품소재의 특허침해소송은 당사자간의 소송대상이기보다는 부품을 사용한 세트업체까지 무차별적으로 특허소송을 펼침으로써 그 파장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배경=한국의 전자산업 생산규모가 세계 6위안에 든데다 법률보호 환경이 국제수준에 이르렀고 외환위기 이후 고부가가치 부품생산을 시도해온 한국기업에 대해 선진 외국업체들의 견제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ND자석 특허소송을 시작한 미국 마그네켄치사의 경우 소니와 도시바, 필립스 등 세계 굴지의 전자회사와 함께 삼성전자를 소송대상에 포함시켰다.
전문가들은 법률적인 기업보호가 미약한 중국, 동남아 시장의 경우 아직 부품관련 특허소송에 걸리는 사례가 거의 없는 점을 들어 한국경제의 세계화 추세에 따라 선진국의 특허소송 압력이 전기, 전자부품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황=일반부품 분야에서 특허소송에 걸리기는 자석이 처음이다. 물론 브라운관 등 전자부품에서의 특허소송은 다반사로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일반부품의 물질특허를 갖고 세트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충격을 주고 있다.
자석물질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는 마그네켄치사는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한 부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 현지법인을 미국 법원에 제소한 것.
삼성전자측은 마그네켄치사와의 특허소송건에 대해 스핀들모터의 주 공급업체인 삼성전기가 마그네켄치사의 정품 ND자석재료만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며 과거 불법 ND자석이 납품된 사례가 있다 해도 피해보상은 하위 부품공급선에서 책임질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단순히 삼성전자만의 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ND자석은 전자제품 특히 CD롬 드라이브, DVD롬 드라이브 등의 모터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부품이기 때문이다.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전자업체들도 만일에 대비해 과거 ND자석 관련 수입서류를 다시 정리하고 안전한 해외수입선을 물색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ND자석류 제조업체인 삼성전기, 자화전자는 과거 납품한 ND자석이 마그네켄치의 정품 자성재료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관련업체에 보내고 특허소송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 ND자석 유통업자는 “이번 재판에서 마그네켄치사가 막대한 배상금을 챙길 경우 세계 ND자석시장의 양대산맥인 일본 쓰미토모사가 또다시 대규모 소송을 시작해 국내 자성부품업계가 곤란한 입장에 빠질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현재 청색LED 및 홍채인식제품의 양산을 준비중인 국내업체들도 하반기 생산라인 가동에 앞서 외국기업과 특허분쟁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어특허를 다량 출원하고 특허소송에 대한 법률적 대책을 마련중이다.
◇해결책 없나=외국 부품업체와 특허분쟁이 발생할 경우 원천기술이 취약한 국내 부품업체는 이 상황에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국내업체들이 차세대 시장으로 노리는 수익성 높은 특수소재, 부품시장은 이미 선진 외국기업이 광범위한 특허보호막을 쳐놓은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뒤늦게 뛰어든 국내 후발업체들은 이들 외국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걸리는 어항속 물고기 처지에 놓이게 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마그네켄치사의 소송을 계기로 자석을 비롯한 부품재료 전반의 공급과정에서 특허권 침해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 대책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허청의 한 담당자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기초기술까지 특허로 보호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신소재 생산, 해외진출에 앞서 특허법상의 세심한 검토가 필수적”이라면서 불법인 줄 알면서도 무단으로 이뤄져온 일부 특수부품류 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파악과 부품 국산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