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체나 정부, 연구소 등이 표준화 활동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선진국처럼 원천기술을 습득하지 않고선 산업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겠지요.”
얼마전 일본에서 여러가지 표준으로 나눠져 있는 기록형 DVD시장의 확대와 산업적인 표준화를 도모하기 위한 ‘기록형 DVD 회의’ 발족식이 있었다. 이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구본국 상임고문이 만장일치로 의장으로 뽑혔다. 기록형 DVD 회의 멤버들 가운데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원사들이 일본계 업체라는 점에서 놀랄 만한 일이었다.
발족식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 및 기자들은 일본업체들이 주도한 모임에서 외국사람이 의장을 맡는 것은 처음이라며 모두 의아해하는 모습이었다.
구본국 의장은 “그동안 일본지사장 등을 거치면서 일본인들과 친분이 있었고 광저장장치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위치가 높아지면서 이번에 의장에 선임된 것 같다”며 “일본업체간의 견제도 한몫을 한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DVD기록 방식은 DVD-RAM, DVD-R, DVD+RW, DVD-RW 등 현재 4개의 기술이 경합중이다. 따라서 업체마다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렇게 표준이 엇갈릴 경우 소비자들은 어느 제품을 사야 할지 고심하게 되며 따라서 시장 활성화가 지연되기 마련이다.
DVD기록형 회의는 이러한 문제점을 감안, 앞으로 업체간의 이해를 조정해 산업적인 표준화를 이끌어내고 공동 프로모션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업체들의 참여도 크게 늘고 있다. 발족 당시에는 55개사가 참여했으나 최근 64개사로 참여업체가 늘었으며 현재에도 참여의사를 타진하는 업체들의 문의가 이어지
고 있다.
구본국 의장은 “업체간의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에 규격통일은 불가능하지만 대신 호환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우선 여러가지 규격을 수용할 수 있는 DVD멀티 규격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업체들이 표준화에 최근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을 제안하는 것보다도 관련 표준화기구에서의 지속적인 활동이 중요하다”며 “어차피 표준화 제정은 투표로 이뤄지게 되며 이럴 경우 인맥이나 인간관계가 기술력보다도 더 고려되기 때문”이라고 국내업계의 꾸준한 관심을 요청했다.
국내업체들이 많은 원천특허를 획득하고 있는 MPEG4분야도 10여년을 거친 노력의 산물인 점을 감안하면 깊이 새겨야 할 충고다.
<글=유형준기자hjyoo@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