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 프로젝터에 미친 사람들

 그들처럼 프로젝터에 미친 사람은 없었다.

 출가했던 형제가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한 배에서 나고도 추구하는 바가 틀려 각기 제 밥그릇을 찾겠다고 나섰던 두 형제는 만나자 왠지 머쓱한 지 담배부터 한대 피워 물었다.

 우미시스의 주봉주 사장(36)과 다솜티앤씨의 서인덕 사장(40)은 실제 형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 스스로 형제라고 부르는 이유는 우미테크라는 한 곳에서 프로젝터 개발을 시작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두 사람을 두고 사람들이 형제라고 표현하는 데는 시스템 구축을 주로 했던 당시, 1년에 며칠을 제외하고는 주 사장 집에서 함께 동거하며 붙어서 일을 진행했던 시간 때문이다. 또 시스템 구축에 있어 영상파트를 담당했던 주 사장과 음향파트를 담당했던 서 사장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영상과 음향이라는 진행상황이 또 그러했다. 사실 우미테크에서도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문제가 생기면 일의 진행 자체가 중단되고 업계에서도 둘을 떼어놓고는 프로젝터에 대해 논의할 수가 없었다.

 아직 프로젝터라는 제품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95년, 서 사장과 주 사장은 남들이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프로젝터를 시작했고 업계의 무서운 프로젝터 형제로 불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프로젝터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홈시어터용으로 사용될 만큼 보편화됐으나 5년 전만 하더라도 관재시스템이나 상황실 등 특수한 곳에서 사용되는 경우에 불과했다. 또 단일제품으로 프로젝터를 수입해 판매하는 곳은 일부 있었으나 프로젝터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곳은 매우 드물었다.

 우미테크에서 함께 일할 당시 두 사람은 이같은 프로젝터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주력이었던 인물이다. 실제로 지금도 이들만큼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사람이 국내에는 드물다.

 주봉주 사장은 “화면에 프로젝터를 비추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큰 상황판에 수십대의 프로젝터를 연결해 나눠지지 않는 깨끗한 화면을 구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당시 상황실 작업을 맡으면 초기 제안작업을 하느라 보름 동안 회사에만 머물 정도로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 때가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왜 프로젝터에 매달리냐고 묻자 주 사장은 주저없이 남들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터는 고가장비고 그만큼 마진도 컸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은 영상에 민감하고 국내에도 프로젝터 시장이 곧 폭발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주 사장은 설명했다. 대학교의 요청에 의해 시연을 하기 위해 하루만에 서울과 부산을 두번 왕복하는 것은 예사로 프로젝터 시장 넓히기에 혼신의 힘을 쏟았던 시간이 대부분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서 사장은 일반 가전제품과는 다른 프로젝터만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서 사장은 “TV나 냉장고 등은 발전과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나 프로젝터는 하나의 첨단기술과 제품의 결합으로 쉽게 바뀌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첨단제품인 만큼 환경에 따라 화질이 천차만별로 바뀌는 것도 도전하고픈 젊은이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미가 뭐냐는 물음에 서 사장은 웃으면서 가끔 프로젝터를 안고 잔다고 대답했다.

 올해 초 주 사장과 서 사장은 각각 우미테크를 떠나 과감히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러 나섰다.

 재미있는 것은 프로젝터를 함께 사랑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양보할 수 없는 경쟁관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우미시스는 DLP방식의 프로젝터를 주력으로 내미는 반면 다솜티앤씨는 LCD방식의 프로젝터를 고수하고 나선 것이다. DLP와 LCD의 제품비교 관점에서 두 사장은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주 사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만큼 칩은 사용하는 DLP방식의 프로젝터가 시장을 주도할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 사장은 가격대비 성능을 고려하면 DLP는 영원히 LCD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젝터라는 같은 시장을 두고 두 사장은 이제 다른 방식의 제품으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최근 프로젝터 업계 자체가 수익률 하락으로 허덕이고 있다 보니 아직은 햇병아리 사장인 두 사람에게는 더욱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를 설립한 지 겨우 반년이지만 두 사람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어쩌면 부모격인 우미테크조차 프로젝터 시스템 분야에서는 이들을 상대하기가 버거워질 정도다.

 누구보다도 반가워야 할 두 프로젝터 형제의 재회는 결국 양보할 수 없는 냉철한 논쟁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문을 나선 두 형제는 잠시 시간을 내고는 소주 한잔을 기울이려 선술집으로 함께 발길을 돌렸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