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시장에선 연합전선을 기대하지 말라.’
국내 철강업종에서 진행되고 있는 e비즈니스 현상을 압축한 표현이다. 포스코를 비롯해 연합철강·동부제강·인천제철 등 상위권에 드는 철강기업들 대부분은 사설 e마켓 성격의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했다 해도 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유통상이 주도하는 공개 e마켓이 하나쯤은 있을 법도 한데 철강업종에선 찾기 어렵다. 그나마 유통 분야에서 출발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e마켓은 현대종합상사에서 지난해 6월 분사한 스틸앤메탈닷컴(대표 박명우 http://www.steelnmetal.com)이 유일하다시피 하지만 이도 인천제철이나 현대하이스코(구 현대강관) 등의 물량을 기반으로 시작했다는 면에서 보면 공개 e마켓으로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철강업종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해당 업계에서는 ‘기형적 시장 경쟁 상황’을 1차적인 이유로 꼽는다. 국내 철강 시장은 크게 열연 시장과 냉연 시장으로 나눌 수 있는데 포스코가 열연 시장에서는 유일하다. 냉연 시장 역시 포스코가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냉연은 열연을 가공해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 철강업체들은 포스코와 해외 시장으로부터 원료를 수입하는 실정이다. 즉 포스코가 원자재 공급처이자 경쟁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종합상사도 마찬가지다. 관계사 중 제조사가 있는 현대종합상사를 제외한 삼성물산·SK글로벌·LG상사 등 모든 상사들은 포스코로부터 물량을 받고 있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스틸엔닷컴(http://www.steel-n.com)을 가장 먼저 운영하고 나서자 나머지 기업들간의 공동행보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대형 종합상사와 공급업체·철강 유통 대리점들이 연합, e마켓을 추진했으나 이 사실을 안 포스코에서 개별 기업에게 ‘e마켓 설립에 참여할 경우 당하게 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해 결국 중단됐다는 후문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에 밉보일 경우 원료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 분명한데 누가 나서겠냐”고 반문한다.
두 번째는 ‘주문제작판매’가 거래 관행이라는 점이다. 가격도 시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동적이다. 오프라인에서 독립된 시장이 존재하기 어려운데 온라인에서 공개 e마켓의 출현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 때문에 철강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e마켓은 대리점이나 고객사간의 문서교환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판매되는 제품도 정품보다는 재고품이나 2급품(불량품)으로 한정되고 있다.
그렇다고 철강업종의 e비즈니스가 무효한 것은 아니다. 제조사와 대리점간의 온라인주문서 투입, 시황정보, 그리고 아직 한계가 있지만 재고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는 철강 유통시장의 비효율성을 줄여나가는 데 분명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올 3월 사이트를 가동한 동부제강의 경우 온라인 주문이 99%에 이를 정도로 활용도가 높고 선두주자인 포스크와 연합철강의 대리점이 밀집해 있는 경남 지역의 경우 대리점들 대부분이 전용선과 펜티엄급 PC를 갖추고 e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