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게임업무조정안` 문화부 역할축소 논란

 

 문화관광부가 재정경제부의 게임 업무 조정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화부는 재경부가 마련한 게임 업무 조정안에 대해 “일단 재경부가 나름대로 부처간 이해 관계를 조율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겠느냐”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주장을 그대로 나열해 놓은 게 무슨 의견조정안이냐”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관계자는 “재경부의 안대로라면 문화부는 게임 심의 이외에 모든 업무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과거 수년 동안 문화부가 수행해온 게임 업무를 굳이 산자부와 정통부에 나눠주려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재경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

 문화부는 무엇보다 부처별 주력 업무 분담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재경부안에 따르면 정통부는 온라인 게임과 PC 게임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을, 산자부는 아케이드(오락실용) 게임기와 가정용 게임기 등 하드웨어 및 내장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 등을 맡게 된다. 그리고 문화부는 게임 콘텐츠를 주관하게 된다. 즉 정통부는 PC 게임과 온라인 게임을, 산자부는 아케이드와 가정용 게임 산업을 주관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화부는 알맹이는 모두 잃고 허울좋은 이름만 갖게 된다는 게 문화부의 주장이다.

 이같은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면 문화부는 지난해부터 부처차원 아래 추진해온 아케이드 게임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산자부에 그대로 넘겨줘야 한다. 문화부가 올해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별 문화산업단지 조성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과 관련된 단지 조성 계획은 사실상 모두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개발 또한 정통부가 담당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문화부가 KAIST 등과 함께 추진하려 한 게임 엔진 개발 등의 사업도 이관 또는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화부는 정통부가 담당하는 기반 기술 개발과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애플리케이션 기술 등 매우 초보적인 기술만 개발할 수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등 핵심적인 사업은 산자부와 정통부가 맡고 문화부는 나머지 허드렛일만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게 문화부의 주장이다.

 문화부 산하 게임종합지원센터의 위상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난관을 이겨내는 등 비로소 자리매김한 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으라는 것은 단체의 속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예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교만과 경솔함에서 비롯된 발상”이라며 재경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멈추지 않았다.

 업계는 산자부가 게임기술개발지원센터를, 정통부가 게임기술개발센터 등을 각각 개별적으로 설립해 운영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보다는 부처간 이해관계로 막대한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게임종합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3년여 동안 무려 3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게임종합지원센터를 내버려두고 산자부와 정통부가 각각 별도의 센터를 만든다는 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그러나 관계부처와의 협의는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무 조정안의 골격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는 한 합의점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초 국장급 회의가 마무리되겠지만 결코 부처 합의안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며 “향후 차관급회의는 물론 국무회의에서도 음비게법이라는 법률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 부처에서 게임을 관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재경부의 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재경부의 안대로라면 문화부는 전자책, 애니메이션, 게임, 디지털콘텐츠 등 디지털 문화 산업의 핵심은 모두 이관하고 음반, 영화, 출판 등 아날로그 기반의 문화 산업만을 담당하라는 것”이라며 정부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부에 대한 역할 축소론을 경계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