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방송제국주의

◆김정기 방송위원장(kjk01@kbc.go.kr)

 

 근년 들어 국제방송사들이 한국시장 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 말 영국의 BBC는 방송위원회가 케이블방송업자의 외국방송 재전송을 100분의 10으로 제한한 것은 글로벌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재전송 채널수를 넓혀줄 것을 요청해 왔다.

 즉 대부분 케이블TV 방송사업자는 30여개 채널을 운영한다면서 외국 뉴스채널 1개를 CNN에, 외국 방송채널 2개는 스포츠·음악·오락 등에 배정하고 나면 BBC는 들어갈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CNN은 ‘효과적인 독점’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BBC는 불평을 제기했다.

 한편 최근 미국의 국제뉴스 전문 방송인 CNN은 방송위원회가 외국 방송 채널의 재전송의 경우 자막방송만 허용하자 이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에 걸맞지 않은 조치라면서 한국어 더빙을 조속히 추가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위와 같은 한국시장에 대한 세계적인 방송사들의 관심을 볼 때 우리 사회는 이미 싫든 좋든 세계방송시장에 편입돼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BBC와 CNN 같은 세계적인 방송사들이 이미 한국 뉴스시장에 뛰어들어 ‘작은 전쟁’을 벌이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조선 말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본을 비롯한 구미열강이 제국주의적 각축을 벌였던 불행한 과거를 생각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위원회는 지난 5월 21일 국제뉴스를 염두에 두고 ‘기존 보도채널과 다른 차별적인 보도서비스의 제공을 희망하는 신청사업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1개 TV 채널을 추가 승인키로 했다. 방송위원회가 국제뉴스 전문 채널을 염두에 둔 것은 외국의 대형 방송사들이 국제뉴스를 그들의 시각에서 우리 안방에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국적의 국제뉴스 전문 채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에 기조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S가 지난 1월 15일 방송위원회에 ‘국제뉴스 및 각종 국제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위성채널 KBS월드’를 운영하겠다고 승인을 건의한 바 있다. 이는 방송위원회가 작년 12월 19일 KDB를 위성방송사업자로 선정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사업이기도 하다.

 KBS가 스포츠나 오락 채널에 앞서 국제뉴스 채널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위상에 걸맞은 자세로 보고 싶다. 엄청난 초기투자가 필요한 공익적 국제뉴스 채널은 KBS와 같은 공영방송 말고 누가 운영하겠는가.

 공영 지상파방송사가 뉴스 전문 채널을 운영한 성공적 사례가 BBC월드다. 지난 95년에 설립돼 전세계를 대상으로 방송하고 있어 궁극적으로 CNN과 경쟁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채널이다. BBC월드는 187개 국가와 속령의 5500만 가구 이상에서 시청하고 있으며, 지상파방송·케이블TV·위성방송 패키지 등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BBC월드는 국제뉴스시장에서 BBC의 야심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적으로 BBC라는 상표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며, 특히 각국의 중장년층의 정책결정자, 외교관, 정부관료 및 비행기 여행이 잦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팬암샛(PanAmSat)을 통해 송출되며, 홍콩에서는 홍콩케이블, 싱가포르에서는 싱가포르케이블 비전, 일본에서는 새틀라이트 뉴스 코퍼레이션(Satellite News Corporation)을 통해 재전송되기 시작했으며,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각종 디지털 위성 서비스의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번 방송위원회가 보도채널을 추가로 승인하겠다는 것은 국제뉴스와 같은 기존의 보도채널과 ‘차별화된’ 뉴스채널이다. 뉴스채널이라고 모두 동일하지도 않다. 뉴스채널은 그 성격을 고려할 때 국제뉴스채널, 범지역 뉴스채널, 자국민 대상 뉴스채널, 지역 전문 뉴스채널, 종합 뉴스채널, 특수 뉴스채널 등 그 성격도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한 방송사가 뉴스채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송위원회의 큰 정책을 왜곡 비방하는 것은 자사이기주의에 함몰된 억지주장으로밖에 달리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