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대표적인 수출산업이었던 자동차·조선·철강·가전 제품에 이어 소프트웨어 산업이 21세기 한국 경제를 부양할 차세대 유망 수출품목으로 급부상할 수 있을까.
물론 아직 수출 실적면에서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 산업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걸맞게 수출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대표적인 지식산업인 소프트웨어 분야도 머지 않은 장래에 수출 유망 품목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야흐로 대표적인 수입 의존적 산업이었던 소프트웨어 산업이 정부의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정책과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해외 시장진출 노력에 힘입어 수출산업으로 비상하기 위해 출발선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소프트웨어 산업의 수출 산업으로서의 위상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아직까지는 손에 쥔 성과물보다는 미래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프트웨어산업에 특별히 기대를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IDC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현재까지 시장 규모 측면에선 정보통신 서비스 산업이나 정보통신기기 산업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률 측면에선 세계 정보기술산업의 평균 성장률(13.4%)이나 정보통신 서비스산업(9.6%), 정보통신기기산업(5.2%)의 평균 성장률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산업은 오는 2004년까지 연평균 15.5%의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시장이 성숙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지식강국에 국가의 미래를 위탁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일정 지분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은 결코 터무니 없는 낙관만은 아닌 듯하다.
문제는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률이 이처럼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본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수출액은 99년에 약 5300만달러에 그쳐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특히 개인용 소프트웨어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국제적인 제품 경쟁력은 아직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일본·중국·미국 등 지역에 소프트웨어를 수출, 가뭄끝의 단비 같은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출산업으로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수출입 현황자료를 보면 99년 말 현재 패키지 소프트웨어 수출규모는 약 2200만달러로 전체 소프트웨어 수출액 5300만달러의 42%에 달해 최근 들어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수출 비중이 점차 증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시스템 소프트웨어도 최근 들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수주 소식이 가끔 들려오고 있어 소프트웨어 업계의 해외진출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정부가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책을 강도 높게 추진, 소프트웨어 산업의 앞날은 더욱 밝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기 위해 총력 지원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소프트웨어 진흥원 산하 해외지원센터를 기존의 실리콘 밸리와 베이징에 이어 보스턴·도쿄·상하이 등으로 확대하고 오는 2002년에는 동남아·남미·유럽·인도·이스라엘·캐나다 등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또한 오는 2005년까지 IT전문 인력을 20만명 이상 양성하고 전체 GDP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7% 수준으로까지 높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 7위의 소프트웨어 수출국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 현지 마케팅 채널 확보, 해외전시회 참가 지원, 해외시장 개척단 운영, 한민족 IT전문가 대회 개최, 수출 종합지원시스템 구축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소프트웨어 육성계획이 성과를 거둔다면 오는 2005년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지표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산액이 지난해 106억달러에서 2005년에는 263억달러로 2.5배 성장하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의 2.1%에서 6.8%로 7%대에 육박하게 된다.
또한 수출규모는 작년의 2억1000달러에서 30억달러 규모로 18배 성장하고 이 분야의 고용인력도 현재의 10만명 수준에서 오는 2005년에는 28만명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수출 기업수도 현재의 100여개에서 2000여개로 20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21세기 한국경제를 견인할 수출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해외진출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해외진출 자금부족, 해외시장개척 능력부족, 해외관련기술 및 시장정보 부족, 정부의 수출지원정책 부족, 해외기관 및 업체와의 협력관계 부재 등을 꼽고 있다. 특히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한계이기도 한 기업의 영세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규모의 영세성과 정보력의 부재로 세계시장에 기반을 둔 초일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건질 수 있는 국내시장 위주의 제품개발에 힘을 쏟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기술 정보의 흐름이나 경쟁 기업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이는 결국 국제시장에서의 경쟁 열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영세성과 정보력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선 해외진출 지원시스템이 완비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그동안 소프트웨어진흥원이 해외에 설립한 소프트웨어지원센터의 경우 주로 입주업체들의 인큐베이팅 기능에 주력해왔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해외 마케팅 네트워크 구축 능력이 부족한 국내 업체들과의 연계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업체들의 국제적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프트웨어 업계의 영세성으로 인해 해외에서의 기업 인지도가 매우 낮다. 당연히 해외의 유통망, 제휴선 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기반기술도 취약하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보니 쉽게 상업화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응용 분야의 기술개발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반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개발역량이 제대로 축적돼 있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이 컴포넌트화되고 있는 추세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크게 부족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제약요인들을 극복할 때만이 비로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수출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