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정상회담 1주년>기업부문 현황

 6·15정상회담 이후 진행되고 있는 남북IT교류협사업의 백미는 역시 기업협력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아직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1, 2, 3차에 걸친 IT기업 방북단은 첫 남북합작 소프트웨어·프로그램개발회사인 ‘하나프로그램센터’를 설립하는 등 실질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며 통일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지난 4월에는 40여개 통신업체와 단체가 참여하는 남북IT민간협력협의회가 발족되는 등 교류 채널 단일화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대북 IT협력사업 성과 및 추진 상황을 점검해본다.

 

 ◇남북 IT합작사 ‘하나프로그람쎈터’ 설립=분단사상 처음으로 남한의 하나비즈(대표 문광승)와 북한의 평양정보쎈터(PIC)가 공동으로 중국 단둥직할시 개발구에 컴퓨터 및 산업용 소프트웨어·게임·애니메이션 등을 개발하는 남북 IT합작회사 ‘하나프로그람쎈터’를 개소했다.

 하나프로그람쎈터 설립은 지난 2월 방북한 하나비즈 측과 북한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 및 평양정보쎈터가 단둥-신의주 IT단지 조성을 위한 남북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하나비즈와 평양정보쎈터가 각각 6대 4의 비율로 2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하나프로그람쎈터에서는 남북한 IT 인력들이 게임·애니메이션·컴퓨터수치제어(CNC)·컴퓨터지원제조(CAM) 등에 관한 소프트웨어, 다국어 자동번역 프로그램 등을 공동개발하고 상품화해 이를 남북한은 물론 동북아 시장에 수출하게 된다.

 특히 올 하반기 중 남한 IT기업 10개 업체들이 하나프로그람쎈터에 입주, 북한의 IT 인력을 활용해 본격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연말까지는 30개사, 내년 중 100개사 정도의 남한 IT기업을 입주시킬 방침이다.

 쎈터는 또 북한 IT 인력 양성을 위해 이르면 이달부터 3∼6개월 정도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이 완료되는 대로 남한 IT기업들과의 공동개발작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교육생 규모는 10명을 시작으로 점차 30명으로 늘려 연말까지 2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 대상인 북한 기술인력은 평양정보쎈터 등에서 공급한다.

 이를 위해 쎈터는 북한 기술인력들을 수용할 수 있는 200여평 규모의 공간에 5개의 연구실과 숙박시설, 인터넷 전용선(512Kbps급), 펜티엄Ⅲ급 PC 등을 갖췄으며 단계적으로 400명 가량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과 설비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2단계 사업에서는 1000여명이 넘는 북한 IT인력과 300여개가 넘는 IT기업이 입주하게 될 신의주밸리도 신의주 지역에 직접 구축키로 했다.

 ◇평양 IT산업단지 ‘고려기술개발소’ 조성=IT 분야 벤처기업인 엔트랙(대표 임완근)은 북한 민경련 산하 광명성총회사와 공동으로 내년까지 평양에 2만5000평 규모의 남북경제협력산업단지 ‘고려기술개발제작소’를 조성, 운영에 들어간다. 이 단지에는 주로 IT 분야 벤처회사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엔트랙은 지난 3월 17일 평양을 방문해 민경련 산하 대남 무역회사인 광명성총회사 측과 공동으로 평양시 통일거리 부근에 ‘고려기술개발제작소’를 조성키로 하는 계약서를 교환했다.

 이에 따라 엔트랙은 다음달 초 평양 현지에서 기공식을 갖고 올해 안으로 연구개발동(8개동)과 교육관리동(1개 동) 등 각각 500평 규모의 건물 9개를 신축할 계획이다.

 엔트랙이 산업단지 건립에 필요한 자재와 기술인력을 제공하고 북측의 광명성총회사는 부지·인력·전력·용수·부대장비를 공급하는 조건이다. 또 고려기술개발제작소 건립에 소요되는 50억원 규모의 비용에 대해서는 북측으로부터 5년거치, 10년 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투자금 상환을 보장받기도 했다.

 고려기술개발제작소에서는 남북이 공동으로 IT 분야 소프트웨어와 각종 솔루션 개발 및 생산을 비롯해 전기·전자·자동차부품 등을 조립, 생산하게 된다. 이를 위해 엔트랙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산업단지 건립에 필요한 컨소시엄(8∼10개 업체)을 구성하고, 선정 업체들을 대상으로 평양에서 ‘고려기술개발제작소’ 입주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임완근 사장은 “지난해 9월부터 계열사인 앨사이버를 통해 평양에 운영 중인 소프트웨어교육센터에서 향후 2년간 2500여명의 북한 IT 인력을 양성해 이번 고려기술개발제작소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남한 기업들은 북한의 안정적이고 우수한 기술력을 활용함으로써 상당액의 인건비 절감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이산가족 ‘사이버면회소’ 설치=남과 북이 공동으로 남북 이산가족 ‘사이버면회소’ 설치를 추진한다. 우암닷컴(대표 송혜자)과 기가링크(대표 김철환)는 지난 2월 방북, 평양정보쎈터와 각각 영상 관련 소프트웨어 공동개발·기술협력사업 추진과 초고속망 시범 사이트 구축에 합의했다.

 이와 관련, 우암닷컴은 북측과의 영상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사업을 통해 판문점과 금강산을 거점으로 개성·평양·신의주와 남한의 각 가정을 연결하는 남북 이산가족을 위한 ‘사이버영상 면회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키로 했다.

 우암닷컴은 북한 내에 사이버영상면회소를 설치하기 위해 이미 북한에 영상 소프트웨어 패키지와 헤드세트 등 하드웨어 장비를 무상공급했으며 하반기 중 기술인력을 파견하고 관련 장비를 북한 현지에 구축키로 했다. 아울러 영상반주음악 분야를 북한과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시장 분석과 장비 사양을 공유할 계획이다.

 특히 사이버영상면회에 필요한 통신망은 기가링크에서 구축하는 초고속 모뎀을 이용키로 했다. 또 북한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와 영상기술을 결합해 음성만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일대일 대화가 가능한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송혜자 우암닷컴 사장은 “사이버면회소 사업은 비록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지만 남북 이산가족 교류가 활발한 상황을 감안할 때 단순한 IT 교류 차원을 넘어 앞으로 대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가링크는 평양정보쎈터 내 2곳에 PC 100대 규모의 초고속망 시범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지난 3월 말 초기 장비를 공급했으며 시범테스트와 구축기술 이전을 거쳐 연말까지 사이트 구축과 개통식을 가질 예정이다. 기가링크는 이 시범사이트 구축에 이어 2단계 사업으로 내년에는 북한 IT 관련 연구기관과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대·인민학습당 등을 대상으로 1000대 규모의 시범사이트를 구축키로 했다.

 ◇주요 민간 IT기업의 활약=하나닷컴과 엔트랙 외에도 삼성전자·하나로통신·큐빅테크·다산인터네트·티지코프·엘엔아이소프트·KBL·윈스코퍼레이션 등 대기업과 IT 분야 중소·벤처기업들의 북한 진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차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을 합의하고 올해 안에 ‘통일워드’와 ‘통일오피스’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의 ‘훈민정음’과 북한이 자체 개발한 워드프로세서 ‘창덕’ 등을 통합개발해 각기 다른 자판과 입력방식을 통일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휴대폰 단말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놓고 북한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KBL(대표 토니김)의 경우 금강산국제그룹과 제휴해 민경련 산하 대남 무역회사인 광명성총회사와 공동으로 남북한 전자상거래사업을 하는 합영회사를 상반기 중 설립키로 계약을 맺었다. 신의주와 접경도시인 중국 단둥시에 세워질 남북한 합작 전자상거래 합영회사는 그동안 소규모나 비공식적으로 진행돼온 남북간 교역을 전자상거래 수준으로 확대시켜 실시하게 된다.

 번역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엘엔아이소프트(대표 임종남 http://www.lnisoft.co.kr)도 평양정보쎈터(PIC)와 중한 번역 소프트웨어를 공동개발키로 합의했다. 개발비와 인력을 양측이 절반씩 부담하며 엘엔아이는 장비와 번역 프로그램 개발 엔진을, 북한 측은 음성인식·번역 데이터베이스(DB) 개발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이다. 개발은 앞으로 1년간 단둥에서 진행되며 소프트웨어 저작권과 판매권은 양측이 공동소유한다.

 이밖에도 하나로통신이 지난 3월부터 삼천리총회사와 3D 단편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을 추진 중이며, 제3차 방북단으로 북한에 다녀온 다산인터네트(대표 남민우)·윈스코포레이션(대표 장혜경)·티지코프(대표 정정태) 등도 북한 측 파트너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글=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