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정상회담 1주년>특별기고-남북 소강상태에도 IT교류 확대 난관적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았으나 남북관계는 그때의 감격과 열기가 식고 소강국면에 있다. 최근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발표가 나와 국면전환이 예상되고는 있지만 대화조건이 워낙 포괄적이어서 북미관계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IT분야에서의 교류만큼은 남북관계의 후퇴와 상관없이 작년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 및 남한과의 관계개선에서 얻고자 했던 것 중의 하나가 IT육성전략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게 된 배경의 하나에 IT가 있었다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의 IT산업 현장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는 사실은 북한 지도부의 정책적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둘째, 정상회담 20여일 뒤인 7월 4일 북한당국이 로동신문 등을 통해 ‘과학중시사상을 틀어쥐고 강성대국을 건설하자’는 제목의 공동논설을 내놓았다는 사실에서 북한의 IT육성전략과 남한의 관련성을 엿볼 수 있다. 신년사에서나 나오는 공동논설을 통해 북한은 “자원이나 팔아먹고 관광업이나 해서 살아가려는 것은 나라와 민족의 부강발전을 그르치는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거기에서 먹는 문제도 풀고 경제강국도 건설해야 한다. 과학기술만이 자체로 살아나가는 유일하게 옳은 길이라는 것, 이것이 우리가 간고한 투쟁에서 체득한 고귀한 진리이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IT를 통해 경제를 단번에 회생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단번도약’의 전략이라고 이름붙이고 있다.

 북한이 IT로 승부를 걸겠다고 한 배경으로는 첫째, 북한 지도부가 경제 회생에 대한 최선의 대안으로 IT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고급 두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추진이 가능한 것이 IT산업이라고 보고 내부적인 역량을 이곳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둘째, 전통산업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물론 전통산업을 발전시켜보려는 노력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IT는 세계적으로 시작단계여서 북한의 기초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세계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은 체제내의 급작스런 개혁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체제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는 길은 IT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IT는 소수의 전문기술자와 과학자 중심으로 개방의 폭을 최소화하면서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북한의 정치적 상황에 적합한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IT관련 자본과 기술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남북 경제협력과정에서 IT분야가 주류로 부상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중국 베이징에서 삼성과 프로그램 공동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하나비즈와 ‘하나프로그람쎈터’라는 합작 소프트웨어회사를 단둥에 설립했다. 이밖에 북한은 남한에 소프트웨어를 수출하기도 하고, 컴퓨터모니터 부품을 조립생산하는 임가공업에도 참여중이며 내년 중 평양에 남북합작의 고려기술개발제작소 합작설립을 합의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소강국면에 있는 남북관계가 IT분야에서 만큼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IT교류는 북한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남북의 상호이익이다. 남한기업들이 북한의 IT인력을 탐내는 것은 인건비가 싸면서도 안정됐으며 고급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IT교류 확대를 통해 경제 분야의 유기적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은 아직도 정치적으로는 많은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전환기의 체제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북한적 특수성을 유념해 가면서 경제로 정치를 선도해 가는 지혜가 어느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