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현 고려대 교수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는 보통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라 불리는 인체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진단장치다. 수소 등의 원자핵은 강한 자장(0.1∼3.0테스라, 즉 지구자계의 2000∼6만배 정도) 내에서 자석과 같은 성질을 가져 핵자기공명현상(NMR 또는 Nuclear Magnetic Resonance)을 일으킨다.
의료용 MRI는 이 NMR 현상을 이용해 인체내 수소원자핵의 3차원 분포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방법이다. 인체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물이 수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를 이용해 인체 내부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NMR 현상은 1946년에 처음 관찰되었으며, 이를 이용한 영상, 즉 MRI는 1970년대 초부터 얻기 시작했으나 진단에 사용될 정도의 인체 MRI가 개발된 것은 1982년 영국에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1983년에 한국과학원 조장희 교수팀에 의해 인체에 대해 첫 MRI 영상을 얻었으며 1985년에는 당시 세계에서 최초로 최강 자장(2.0 테스라)에서 영상을 얻었으니 우리나라 기술진이 MRI 분야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초창기부터 앞장서 나갔다고 할 수 있다.
그후 10여년간 한국과학원연구팀에서 20여명의 MRI 전공 박사와 50명이 넘는 석사가 배출되었고 유명 국제학술지에만 100여편이 넘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세계 최고의 MRI 연구팀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그들 대부분이 국내에 있으며 많은 수가 MRI관련 연구개발을 하면서 국내 다른 인력과 함께 이 MRI 분야에서 세계 제일가는 MRI 기술 보유국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MRI는 엑스선 등을 이용한 다른 영상진단방법에 비해 인체에 해가 없고 다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진단에 필요한 정보를 주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데 있어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MRI로는 수소 외에도 인, 나트륨, 탄소 등 여러 가지 원자핵의 인체내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원자핵의 분포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NMR 스펙트럼영상, 뇌기능 영상, 자기공명혈관조영술, 혈류의 속도영상, 심장의 실시간 동영상, 엑스선으로 안 보이는 뇌종양진단 등 매우 다양한 영상진단방법이 개발되었으며 현재도 새로운 영상기법개발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상품화 측면에서도 일찍이 금성통신이 한국과학원과 1984년에 개발한 0.1테스라 MRI시스템을 시작으로 현재 국내에는 메디너스, 아이솔테크놀로지, AIL, 카이 등 최소 네 곳의 MRI 시스템 제작회사가 있어 선진국에 버금가는 상품성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이 국내 MRI 산업계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며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 회사에서는 0.5∼3.0테스라 초전도 MRI는 물론 0.3∼0.5테스라 개방형 MRI까지 생산하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MRI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하다.
또 2년 전부터 외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이들 회사와 함께 고려대, 한양대, 서울대, 가톨릭대, 울산대, 경희대, 한국과학기술원 등은 산·학·연·관이 연계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약 300여대의 MRI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중 10%가 국내회사 제품인데 그 비율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렇게 MRI분야가 발전하기까지는 산업자원부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의 산기반과제, 특정과제, G7과제 등 정부정책과제의 도움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계속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다. 그리하여 현재의 국내 MRI 연구기관과 제작회사들이 더욱 발전되어 이른 시일 내에 전세계 MRI 시장과 기술을 실질적으로 주도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