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지역이 정보기술(IT)산업의 불모지라 불리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비록 타 지역에 비해 속도가 늦고 규모 또한 영세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업체가 많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소프트웨어지원센터(KIPA) 오창렬 소장(41)은 지역 IT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미래성을 강조한다.
“스스로 미약하다고 인정하면 할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다행히 업체들이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험정신으로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있어 머지않아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도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97년 9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광주센터 책임자로 부임한 오 소장은 4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지역 IT업계의 내부사정과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단순히 센터 입주업체 위주의 지원에 그치고 않고 대학 창업보육센터와 지역 벤처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파악, 해결하는 데 주도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특히 그는 기관별로 제각각 진행되고 있는 창업지원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교수·금융기관·공공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지역 IT산업의 발전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이끌어 내는 데 산파역을 담당했다.
그동안 줄곧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에서 생활해온 오 소장이 과감히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이유도 지역 IT산업의 발전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오 소장은 “처음 센터를 개소했을 때만 해도 기술개발업체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신기술을 개발해 해외에서 인정받고 꾸준히 매출을 올리는 업체가 하나둘씩 늘어나더군요. 이를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오 소장은 이후 세무사·변호사·변리사·교수 등 전문가로 이사진을 구성, 상시 지원체제를 마련했으며 ‘1일 업체 방문’ ‘정기 월례회’ 등을 통해 업체가 실생활에서 직면한 애로점을 파악,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대학과 시청·중소기업청·금융기관 등을 수시로 방문해 정책적인 지원과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지역 IT업체들의 실태를 조사해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해볼 생각입니다. 또한 사업계획부터 기술개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구축할 예정입니다.”
그는 특히 올 하반기에 센터내의 각종 공용장비 등 시설물을 외부에 완전공개할 방침이다. 입주업체뿐만 아니라 지역 IT기업들에도 시설·장비·정보 등을 제공하는 통합지원시스템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오 소장의 이러한 신념은 그의 사무실 문 앞 명패에 ‘소장실’이 아닌 ‘상담실’로 적혀있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이곳은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사업가와 2년 이상 업력으로 이제 갓 시장에 진출한 업체 관계자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협의하는 ‘지역 IT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의 건물(광주시 서구 양동 금호빌딩)을 빌려 입주업체를 모집했을 때 임대료를 조금이라도 더 깎기 위해 3번이나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그는 “결국 산업전반을 이끌고 있는 IT산업이 발전해야만 지역과 나라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성공벤처를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오 소장은 그러면서도 “유사 아이템을 갖고 있는 업체가 난립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지역 IT업체의 현실을 지적한 뒤 “과감한 기술제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좀 더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에 오소장이 맡고 있는 센터가 자치단체로 이관되면 “이제는 어엿한 ‘지방 시대’에 걸맞은 사람으로 살겠다”고 말한 그는 “지역 IT산업이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만반의 지원체제를 갖추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