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전자신문 공동>게임강국으로 가는길(13)기고; 포스트PC시장 노려라

◆지오인터랙티브 김병기사장

 

 얼마전 동네 한의원에 간 적이 있다. 우연히 옆에 있던 환자가 다리에 침을 맞으면서 이동전화로 테트리스에 열중하는 것을 보았다. 눈대중으로 어림잡아 30대 후반은 돼 보였다. 사업계획서에서 개념으로만 생각했던 ‘포스트PC시대’가 우리 곁에 성큼 와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포스트PC시대가 이미 도래했음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포스트PC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이동전화 단말기가 보편화됐다. 여고생들이 재잘대는 수다 대신에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미처 보지 않은 영화의 티켓을 무선인터넷으로 예매하는 모습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동전화 단말기보다는 못하지만 개인휴대단말기(PDA)를 사용하는 직장인도 눈에 띄게 늘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포스트PC, 모바일시대에 도달한 것이다.

 PC기반의 유선인터넷이 전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했다면 포스트PC는 사람과 사람을 가깝게 한다. 포스트PC는 기존 PC기반에서 인터넷 활용의 한계점인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포스트PC는 기존 산업과 문화를 뒤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포스트PC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낼 수 있다. 호모 루덴스, 즉 유희적 존재인 인간은 모바일을 통해 실용성뿐만 아니라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의원의 그 환자처럼 사람들은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즐거움을 체득하기를 원하며 이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특히 PDA 게임분야에 집중했다. 개인적으로는 휴대폰을 통한 무선인터넷도 중요하지만 컴퓨터의 기능과 휴대기능, 무선 인터넷 기능 등이 합쳐진 PDA가 포스트PC 시대를 주도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3년이 넘도록 PDA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면서 기획력과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구체적인 시장분석과 독창적 아이템을 찾아내는 것이 포스트PC 시대에 있어서는 그 어떤 기술력보다 중요하다. 가령 2년 전에 출시한 첫 타이틀인 골프게임은 당시 PDA의 주 사용자가 미국의 비즈니스 계층이란 점에 타깃을 두고 개발해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 세월이 조금 흘러 아시아 지역에서 PDA 사용자가 생겨났지만 미국과는 달리 젊은층이 주 사용자였다. 이에 따라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을 만한 3D 슈팅 게임을 개발해 올초 선보였다. 이처럼 시장에 맞는 독특한 아이템 개발이 성공의 출발점이다.

 우리 게임업계는 게임 개발력은 뛰어나지만 어떤 트렌드가 형성되면 비슷한 종류의 게임을 우후죽순격으로 쏟아낸다. 하지만 게임시장은 먹자골목이나 가구거리와는 달리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다. 물론 게임개발에 있어 기술력은 기본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형성되지 않은 포스트PC 시장을 선점하려면 소

위 ‘개인기’를 잘 살리고 명확한 타깃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휴대폰 게임은 물론 PDA 게임의 경우 내수 기반이 절대적으로 열악하다. 따라서 사업 초기부터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한 글로벌 마케팅을 추진해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게임의 메카인 미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독자적인 마케팅 능력을 축적하고 전세계 다른 지역에는 현지의 마케팅 파워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이나 유럽 등지의 시장은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각 국가별로 독특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업체를 통해 마케팅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압축, 3D와 관련한 기술을 축적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포스트PC 시대는 그 미디어가 휴대폰이든 PDA든 기존 PC보다는 소형화된 환경이기 때문에 저용량에서도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술력의 개발이 관건이다. 작은 것이라도 최대한 압축을 해 이미지와 속도구현에 있어 PC에 비해 떨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향후 기술개발의 핵심 이슈로 자리잡을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는 흑백 2D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고화질 컬러는 물론 3D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수준 있는 게임을 개발한다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