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의 스핀현상을 이용한 스핀트로닉스가 전자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도체로 대표되는 현재의 전자소자 기술은 반도체내 전하를 전기장으로 제어하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전자의 물리적 성질에는 전하뿐만 아니라 양자역학적 특성인 고유한 회전운동인 스핀을 갖고 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동시에 지구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듯 원자세계에서도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도는 공전운동과 동시에 전자축을 중심으로 자전운동을 하고 있으며 바로 전자의 자전운동이 바로 스핀이다.
예를 들어 스핀이 시계방향으로 돌 경우 ‘0’으로 인식하고 반대방향으로 돌 경우 ‘1’로 인식시킬 수만 있다면 전자 하나가 1비트가 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가 갖는 스핀을 이해하고 응용하려는 연구는 90년대부터 활발히 진행되어 왔는데 이러한 분야를 기존의 일렉트로닉스와 대비해 스핀트로닉스라 부르고 있다.
스핀트로닉스는 자성체에 대한 연구에서 촉발됐다고 할 수 있다. 자성체는 그동안 나침반·자석·모터뿐 아니라 음향기기의 스피커나 통신기기 송수화기의 음파발생원으로, 자동차와 항공기의 속도·가속도·회전 및 토크 등의 센서물질로, MRI 등 첨단 의료기기 물질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신용카드의 정보저장물질로, 생산공정 분야의 감지센서 물질 등 실로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되어 왔다.
하지만 자성체의 오랜 역사와 광범위한 응용에도 불구하고 자성체 연구와 이에 대한 학문적 이해는 다른 금속체나 반도체에 비해 뒤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자성체의 자기적 특성이 수나노미터(㎚) 거리에서 작용하는 원자스핀간 소위 교환상호작용에 의한 협동현상에 좌우돼 실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연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진공 증착기술과 표면과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나노미터 두께의 자성박막 제조가 가능하게 됐다. 또 인위적 제조물질에서 기존의 자성체에서 볼 수 없는 수직자기이방성이나 거대자기저항(GMR) 등 새로운 자기현상들이 발견돼 새로운 기술시대를 예고하게 됐다.
이로인해 초고밀도 대용량 자기 및 광자기 기록매체, 초당 1Gb급 고감도 자기기록헤드 등 첨단 스핀정보소재뿐 아니라 현재의 실리콘 반도체에 기초한 전자소자의 속도 및 집적도의 한계를 훨씬 능가하는 메모리소자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스핀소자는 일차적으로 정보처리 및 정보저장용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D램 및 HDD 등을 머지않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메모리용 스핀소자인 마그네틱(M)램.
M램은 현재 IBM, 모토로라, 하니웰, HP 등 세계 유수의 전자회사들이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니웰이 1MB급 자기메모리 소자를 내년 중 상용화할 예정이다. 비휘발성 메모리인 M램은 SD램과 읽기·쓰기 속도가 비슷하며 D램의 집적도를 갖고 있어 2006년에는 시장규모만도 1000억달러에 이르고 2010년에는 기존 메모리시장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스핀전자소자는 지난해 초 미국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술위원회가 차기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국가 나노기술 개발을 제안하면서 나노기술의 가장 대표적인 응용예로 선정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각 대학에서 스핀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내년부터 3년간 스핀제어연구 및 소자개발에 205억원을 투입키로 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사이트
해외
캘리포니아대학 스핀트로닉스연구실 http://www.qi.ucsb.edu
메릴랜드대학 스핀트로닉스그룹 http://www.physics.umd.edu/rgroups/spin
국내
한국자기학회 http://www.komag.org
포항공대 스핀물성연구센터 http://essc.postech.ac.kr
KAIST 스핀정보물질연구단 http://cnsm.kaist.ac.kr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