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월 전자정부구현의 기본방향과 원칙을 담은 7장52조(부칙 1조 포함)항에 이르는 전자정부구현을 위한 법률을 특별법으로 제정했다. 행정기관의 업무처리 과정을 국민편익 중심으로 설계하고 전자적 처리가 가능한 업무는 모두 전자적으로 처리하며 국민생활에 이익이 되는 행정정보는 인터넷으로 공개한다는 내용이 주류다.
그러나 현재의 민원법령 체계는 수작업 형태다. 각종 신고·신청·접수를 민원인이 행정기관을 방문, 구술이나 서면으로 신고·신청·접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행정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민원을 신청·신고하기 위해서는 각종 개별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다.
물론 특별법인 전자정부법으로도 이같은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차제에 각종 민원을 구술이나 서면으로 신청·신고하도록 돼 있는 각 개별 법령을 점차 디지털시대에 맞는 법령으로 정비해 일반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법령을 통해서도 신청·신고·접수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떤 법들이 대상인가=아직 정확하게 집계할 수 없지만 대략 128종의 법령이 대상이다. 주민관련 법령으로는 병역법·인감증명법·주민등록법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병역법의 경우 서면이나 신문·게시판 등을 통해 고지하도록 돼 있으나 정보통신(인터넷)에 의한 처리규정을 삽입해야 한다.
지적법과 관련해서도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국토이용관리법, 외국인 토지법, 지적법 등이 개정돼야 할 법령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차량법과 관련해서는 건설기계관리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자동차관리법, 자동차등록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이 대상이다.
이외에도 건축·보건복지·지역산업·농촌·재세정·지역개발·문화체육·상하수도·축산·수산·산림·도로교통·민방위 등의 관계법도 대상이다.
◇개정방법=현재 일괄적으로 개정하자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일괄개정의 경우 전자정부특별위 산하에 전자정부구현을 위한 법령 개정팀을 구성, 모든 민원 관련 법령에 각종 신고·신청·교부시 ‘구술 또는 서면’으로 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구술 또는 서면 및 전자적 문서’로 일괄 정비하자는 주장이다. 어차피 법령의 문제가 제기된 바에야 한꺼번에 개정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문의 법령을 개정해 나가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자문서 처리관련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시스템 구축과정을 지켜보면서 개별법을 개정해 나가되, 전자정부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업무별로 구축되는 시스템의 특성이 있는 만큼 일괄적으로 개정하는 것은 추후 재개정해야 하는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추진절차 및 방향=일단 모든 대상 민원법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128종이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법조항은 아직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조사돼 있지 않다. 물론 이같은 조사가 이뤄지고 나면 법제처·국회·학계·부처별로 법령개정 방향을 수립해야 하고 법령 소관부처별 정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가능하면 범정부적인 일괄정비계획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관련부처 및 업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오히려 전자정부법의 시행취지를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자정부법이 특별법으로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법인데도 불구하고 개별법의 개정을 서둘러 들고 나오는 것은 전자정부법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오히려 병원이나 기업 등 민간의 전자적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한는 법제정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민원법령의 개정에는 원칙적으로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전자적 업무처리 관련 법령과 함께 개별법령의 개정 및 제정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