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디스플레이산업>(1)영역 파괴

세계 디스플레이산업계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반적인 불황으로 기존 디스플레이 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이 잇따라 상용화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디스플레이의 장래는 어떻게 되며 신규 디스플레이는 얼마만큼 힘을 미칠 것인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러한 궁금증을 갖고 디스플레이 산업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점에서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국제 디스플레이 심포지엄 및 전시회인 ‘SID 2001’은 디스플레이 판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가늠케 했다. 이번 행사에서 두드러진 움직임을 중심으로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의 핫이슈 다섯가지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지난 5일 ‘SID 2001’이 열린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2층 전시관. 한 조그마한 부스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웅성거린다. 13인치 유기EL을 선보인 소니의 전시관이다. 사람들은 해상도 800×600의 SVGA급 제품으로 300칸델라의 고휘도로 풀컬러 동영상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 제품에 감탄했다.

 이들 가운데엔 한국과 일본, 대만의 TFT LCD업체 관계자들도 있었다. 소니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휴대폰이나 개인휴대단말기(PDA) 정도에나 쓰일 것으로 알았던 유기EL이 모니터, TV 등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이른 시일안에 확산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전시장에 나온 소니 관계자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오는 2003년께 TV와 모니터용으로 이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며 제품 크기는 20인치대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15∼30인치까지는 사실상 경쟁제품이 없다고 여겨온 TFT LCD업체들로선 복병을 만난 셈이다.

 소니의 유기EL은 기존 방식보다 2배인 4개의 보상회로를 써야 하는 등 양산에 문제점은 있으나 업계는 이만한 대화면 유기EL을 만든 것 자체를 획기적인 일로 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계발광디스플레이(FED)에 주력했던 소니가 이를 잠시 덮어두고 대화면 유기EL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면서 “소니의 참여로 유기EL 진영에 무게가 실렸으며 유기EL과 TFT LCD의 시장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의 13인치 유기EL에서 보듯 디스플레이 산업에 ‘영역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사업에선 용도나 크기별로 시장을 이끄는 제품이 있는데 이제 이러한 영역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기존 보급형(STN) LCD 일변도였던 휴대폰, PDA, 카내비게이션시스템 등 10인치 이하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는 이제 저온폴리 TFT LCD와 유기EL이 가세해 3파전에 돌입했다.

 15∼20인치 모니터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선 기존 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아성을 TFT LCD가 허물고 있다. 중대형 모니터 및 TV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선 CDT와 TFT LCD에 이어 유기EL이 새로 가세할 전망이다.

 대형 TV용 디스플레이도 예외는 아니다. 30∼40인치 컬러TV용 브라운관(CPT) 시장은 올들어 양산에 들어간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의 등장으로 새로운 격변기를 맞았다. 특히 PDP는 초기부터 프로젝션TV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브라운관 및 LCD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영역파괴가 왜 일어나나.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증가가 맞물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오랫동안 브라운관(CRT)이 주도했다. 그렇지만 CRT는 평판, 영상 온라인 송수신 등 디지털시대에 맞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평판디스플레이인 LCD 역시 마찬가지다. LCD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 낮은 휘도와 풀컬러 동영상 전달에 있어 개선해야 할 점도 여전히 많다. 그런 사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EL, PDP 등에 놓여졌던 기술적 난관이 하나둘씩 극복되고 있는 것. 이에 맞서 CRT와 LCD업체들은 고정세, 고휘도, 광시야각 등의 신기술로 기존 시장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특히 LCD업체들은 최근의 가격하락을 계기로 그동안 방치했던 중소형과 TV용 디스플레이 등 신시장을 적극 개척할 방침이다.

 ‘SID 2001’을 돌아본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엔 PDP가, 올해엔 유기EL이 막강한 잠재력을 보여줬다”면서 “상용화에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으나 예전에 비해 기술개발이 급신장해 기존 디스플레이와 주도권 다툼 시점이 예상보다 일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