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11일 발표한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계획(DC 액션 플랜 2005)’은 이제까지 정부에서 마련한 디지털 콘텐츠 육성방안 중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종합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정통부는 우선 디지털 콘텐츠의 개념을 디지털화돼 인터넷을 통해 유통될 수 있는 모든 내용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전자책을 포함한 문화 콘텐츠는 물론이고 보건의료정보, 부동산·교통정보, 온라인뱅킹, 각종 공공정보 등이 포함된다. 이들 디지털 콘텐츠는 이제까지 부처별로 따로 육성·관리됨으로써 예산낭비와 중복투자 등의 폐해가 지적돼 왔다. 따라서 정통부, 문화부,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교육인적자원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유관부처를 망라한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고 디지털 콘텐츠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큰 그림 속에서 정통부는 부처 고유의 영역에 맞게 2005년까지의 실행계획(액션 플랜)을 마련했다. 정통부는 △디지털 콘텐츠 기술개발과 표준화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 환경개선 △디지털콘텐츠 전문기업 육성 등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정통부는 올해 968억3000만원을 시작으로 2002년 1392억7000만원, 2003년 1387억7000만원, 2004년 1187억7000만원, 2005년 1187억7000만원 등 5년에 걸쳐 총 6124억1000만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 3829억1000만원이 정부 예산이고 나머지 2295억원은 민간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계산이다.
정통부는 2005년까지 1만개의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를 육성하고 디지털 콘텐츠 수출액을 14억달러로 늘려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2005년 우리나라 디지털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7위권(C7)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정통부의 이같은 계획이 디지털 콘텐츠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통부의 건의안대로 국무총리 산하에 범부처 차원의 기구(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가 결성돼 그동안 정통부의 인터넷 콘텐츠, 문화관광부의 문화 콘텐츠,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용 콘텐츠 등으로 나뉘어 있던 디지털 콘텐츠산업이 하나의 큰 그림 속에서 체계적으로 육성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통부를 포함한 유관부처들이 이같은 원론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각론에서는 의견의 일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부처별 역할분담에서 정통부가 기술개발, 표준화, 인력양성, 전문기업 육성 등과 같은 핵심 사업을 떠맡는다는 대목에서는 타 부처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산업의 육성에 열의를 보여온 문화부나 교육부가 정통부의 생각대로 단순한 콘텐츠프로바이더(CP)로서의 역할에 만족하고 합의할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정통부는 이 안에서 무선콘텐츠, 온라인게임 등 그동안 문화부가 관장해온 분야의 기술개발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또한 전자책(e북), 디지털콘텐츠저작권관리(DRM) 등의 표준화에서도 문화부를 제치고 정통부가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를 산업적인 차원에서 육성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산업자원부의 입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재정경제부가 게임, 전자책,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 분야에 대한 부처간 업무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통부가 이같은 안을 내놓은 것은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주도권 논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