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디지털가전 및 백색가전제품이 전자업계의 기대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 상반기 가전시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기의 수요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프로젝션TV·DVD플레이어 등 디지털가전제품과 에어컨·김치냉장고 등 백색가전제품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아 다른 품목에 비해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탓도 있지만 업체들이 디지털가전을 앞세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얻어낸 성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올 상반기 가전시장에서 두드러진 판매신장률을 보여준 주요 품목으로는 에어컨·프로젝션TV·DVD플레이어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주부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김치냉장고와 양문여닫이냉장고, 젊은층과 신혼부부에게 어필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와 디지털캠코더 등도 가전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AV기기=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와 하이마트·전자랜드21 등 유통업체에 따르면 올들어 1분기까지 경기침체로 주춤했던 가전제품 판매가 4월 이후 프로젝션TV와 컴포넌트오디오 등 혼수품목을 중심으로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DVD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디지털캠코더 등 디지털가전제품의 경우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1분기부터 예년에 비해 판매량이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 가전제품의 디지털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보여줬다.
삼성전자의 ‘파브’와 LG전자의 ‘엑스캔버스’가 전체 수요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40인치 이상 대화면 프로젝션TV시장은 양사의 적극적인 판촉활동에 힘입어 올 상반기 전년동기대비 50% 정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LG전자의 엑스캔버스는 삼성전자의 파브에 이어 시장에 한발 뒤늦게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중 파브에 버금가는 판매실적을 거둬 단숨에 인기 브랜드의 반열에 올라섰다.
LG전자의 ‘플라톤’과 삼성전자의 ‘명품’이 수년째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완전평면TV 시장은 29인치 모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전3사가 최근 디지털방송을 앞두고 32인치 완전평면 디지털TV를 경쟁적으로 출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완전평면 디지털TV는 아직까지 가격부담이 큰 탓인지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았다.
올 상반기 완전평면TV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29인치 완전평면TV가 주요 유통채널에서 판매 1위를 달성하며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했다.
올 상반기 AV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품목은 단연 DVD플레이어. 그간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판매로 이어지지 않았던 DVD플레이어는 국내 DVD 붐 확산을 위해 지난 연말부터 연초까지 수개월 동안 전개된 업계의 공동마케팅 노력에 힘입어 올들어 폭발적인 판매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AV업체들이 지난 1분기 동안 판매한 DVD플레이어는 4만∼4만5000대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배 정도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판매 증가추세는 2분기 들어서도 지속돼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20만대 이상은 무난히 판매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제품은 삼성전자가 틈새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콤보DVD’. VCR와 DVD플레이어를 결합시킨 콤보DVD는 50만원대의 만만치 않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신혼부부들과 젊은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수많은 업체들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는 디지털사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진데다 참여업체수 증가로 제품가격이 크게 떨어져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코닥·소니코리아·삼성테크윈·LG상사 등 주요 디지털카메라 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만 내수판매 규모는 5만여대로 전년 동기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2분기 들어서도 디지털카메라를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어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20만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의 고급화도 급진전되면서 지난해 100만 화소급 제품에 이어 최근엔 200만 화소급 제품이 속속 출시돼 시장을 주도해가고 있다.
특히 외산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국내 업체인 삼성테크윈은 자체 기술로 개발·판매하는 210만 화소급 3배줌 디지털카메라 ‘디지맥스210SE’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캠코더 시장에서도 디지털제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소니·JVC·샤프·히타치 등 외산 제품이 주도하고 있는 캠코더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JVC 등의 약진이 돋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소니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차세대 휴대형 디지털오디오로 신세대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MP3플레이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과 엠피맨닷컴·유니텍전자 등 다수의 벤처기업이 수요확산을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기대만큼 수요가 급증하지는 않고 있다.
졸업입학시즌과 혼수시즌 때마다 소비자들이 빼놓지 않고 구입하는 제품이 바로 컴포넌트오디오일 것이다. 컴포넌트오디오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디자인을 강조한 실속형 제품이 속속 출시돼 ‘1가구 2오디오’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한편 이처럼 대화면TV와 DVD플레이어, 앰프 내장형 오디오 등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요즘에는 홈시어터(가족극장)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백색가전=올 상반기 가전업계의 최대 관심 품목은 역시 에어컨이다.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때이른 더위로 에어컨이 불티나게 판매되면서 경기침체로 움츠렸던 가전업계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
업계 관계자들은 “날씨(무더위)만 좀 더 도와준다면 에어컨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올 상반기 에어컨 시장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간의 선두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산소에어컨’을 앞세운 대우전자와 만도공조·센추리·캐리어 등 에어컨 전문업체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올 상반기 에어컨 시장을 둘러싼 가전3사와 전문3사간의 열띤 경쟁속에서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브랜드로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이 선정됐다.
지난해 전세계 룸에어컨 시장에서 가장 많은 에어컨을 생산·판매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LG전자가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내수시장에서 상승효과를 거둔 결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 냉장고 시장의 경우 경기침체 여파로 일반 냉장고 판매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들었으나 양문여닫이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등 고부가제품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데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김치냉장고는 주부들의 지지를 받으며 고속성장을 거듭, 한국형 주방가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가운데 이 시장에선 가전3사의 거센 도전에도 불구하고 만도공조의 ‘딤채’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펠’과 LG전자의 ‘디오스’가 양분하고 있는 양문여닫이형 냉장고 시장은 올 상반기에도 주부들의 변함없는 사랑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LG전자가 500L급 및 600L급 제품을 고루 출시,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면서 삼성전자의 지펠을 바짝 따라잡아 인기상품으로 선정됐지만 올해는 e지펠을 앞세운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역공이 효과를 거둔 덕분에 지펠이 인기상품의 영예를 안았다.
세탁기 시장에선 디지털 정보가전시대를 맞아 LG전자가 인터넷 세탁기를 출시하고 적극적인 시장공세를 펼쳤지만 삼성전자와 대우전자의 골수 팬들 탓인지 팽팽한 3파전이 올 상반기에도 계속 이어졌다.
다만 기존 공기방울 세탁기에 살균·표백 기능을 가미한 대우전자의 ‘살균에서 표백까지’가 회사의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로부터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소형가전=소형가전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전기압력밥솥시장에선 성광전자의 ‘쿠쿠’가 주부들로부터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청소기 시장에선 획기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LG전자의 ‘싸이킹’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는 선풍기 시장에선 중국산 저가 수입품의 대량 유입으로 국내 업체들이 맥을 못추고 있으며 믹서·토스터·커피메이커·다리미 등 기타 소형가전 제품시장은 특별히 눈에 띄는 신제품이 출현하지 않은 탓인지 수요가 주춤하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