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인터넷과 각종 전자제품의 접목이 본격화되면서 사용자들에게 부여하는 IP가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인터넷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세계적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행정부가 지난 90년대 중반 제시한 ‘NGI’(New Generation Internet)프로젝트를 근간으로 태동한 ‘IPv6’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IPv4체계의 한계를 극복하며 할당 IP수를 사실상 무한대까지 끌어올린 IPv6는 올들어 인터넷 분야의 세계적인 화두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IP의 고갈을 우려하며 IPv6 관련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 및 개발에 더욱 고삐를 당기고 있다. 특히 인터넷 분야에서 종주국 미국에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일본·유럽·중국 등은 IPv6에서는 확실한 헤게모니를 잡는다는 전략으로 연구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세계적인 IPv6바람을 타고 정부·관련기관·연구소·대기업 및 전문업체 등이 IPv6 아래서도 강국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 적극적인 연구 개발을 진행중이다. 학계 역시 산업체와 연구소·관계기관 등과 공동 연구개발시스템을 구축하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현재 국내 차세대 인터넷에 대한 연구를 주도하는 학파는 대부분 대학에서 전자공학이나 컴퓨터, 통신공학을 전공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출연연구소나 정보통신 전문업체에서 실무경험을 거쳐 상아탑으로 진출한 40대 전후의 젊은 교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IPv6 분야 1세대급 교수로 분류되는 인물이 바로 숭실대 정보통신공학부 김영한 교수(40). 김 교수는 서울대·KAIST 등에서 네트워크를 전공,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정보통신업체인 디지콤을 거쳐 94년 숭실대에 입문했다. 이후 차세대 인터넷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한 95년 당시 학계선 최초로 ETRI 함진호 박사팀(차세대 표준연구센터)과 공동으로 IPv6기반의 라우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금은 ETRI와 공동으로 연말 개발완료 목표로 IPv6기반 네트워크 품질보증서비스(QoS)의 IEEE1394버스상에서 연동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VoIP포럼의 차세대 분과의장으로 활동중이다.
차세대 인터넷에 관한한 ‘사관학교’로 불리는 KAIST에서는 전자전산학과 전산학 전공 교수로 재직중인 전길남 교수(58)가 왕성한 연구개발 및 대외 활동을 보이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전교수는 지난 97년 6월 한국과 일본 주축으로 차세대 인터넷 연구·교육망을 기반으로 결성한 비영리 국제 컨소시엄 ‘APAN’(Asia-Pacific Advanced Network) 결성을 주도하며 현재까지 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또 이를 통해 미국 180여 대학을 연결한 차세대 인터넷프로젝트 ‘인터넷2’와 유럽 ‘TEN-155’와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숙명여대 정보과학부 최종원 교수(41)는 ‘비 KAIST파’로 차세대 인터넷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빼놓을 수 없는 전문가. 서울대 전자계산기공학부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 교수는 현재 한국전산원·주인네트 등과 공동으로 IPv4에서 IPv6로 전환할 때 라우터가 멀티캐스팅 응용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궁극적으로 차세대 인터넷 기반에서 가상교육서비스를 구현한다는 게 최 교수의 목표다. 그는 현재 한국개방형컴퓨터통신연구회(OSIA)의 IPv6워킹그룹 활동도 의욕적이다.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ICU)의 통신공학부 최준균 교수(41)는 차세대 인터넷 관련 의욕적인 국제표준화 할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 서울공대를 나와 KAIST에서 통신망 프로토콜과 데이터 다중화망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최 교수는 ETRI를 거치면서 ATM, B-ISDN 등 정보통신 전반에 걸친 폭넓은 연구로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기고했으며 5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ITU·IEEE 등 국제 표준화기구 할동이 매우 적극적이어서 최근 모바일 IPv4와 모바일 IPv6서비스 지원을 위한 표준화 초안을 인터넷기술표준단체(IETF)에 제안한 상태다.
영남대 광대역 이동 멀티미디어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보통신공학부 김영탁 교수(42)도 차세대 인터넷 전문가로 꼽힌다. 영남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역시 KAIST에서 병렬 컴퓨팅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를 거친 김 교수는 차세대 인터넷 및 인트라넷의 QoS보장형 네트워킹 시스템 연구에 주력하다가 지난 2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객원 연구원으로 나가 선진기술을 배우고 있다.
서울대-KAIST학파중 차세대 인터넷 전문가중 하나로 손꼽히는 또하나의 인물은 충남대 정보통신공학부 김대영 교수(49)다. 현재 고속 다자간 멀티미디어 통신 프로토콜의 기본 기능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차세대 인터넷과 관련한 많은 연구실적을 갖고 있다. 이미 IPv6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했던 93년에 이미 ‘윈도NT’에서의 IPv6코딩을 연구했으며 94년엔 차세대 인터넷 응용서비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다자간 탁상회의가 가능한 PC용 멀티미디어영상회의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터넷-KIG의장, KRNET프로그램위원장, APAN-Kr QoS워킹그룹 의장, OSIA의장 등 대외활동도 왕성하다.
건국대 컴퓨터 공학부 한선영 교수(46)도 서울대-KAIST학파중 하나로 일찍이 IPv6에 입문, 다양한 연구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5년 KAIST 전길남 교수 문하에서 인터넷 기반기술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약 5년전부터는 건국대 김기천 교수와 함께 IPv6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한국전산원 과제로 IPv4에서 IPv6로 넘어가는 국내 진화 전략에 대해 연구했으며 올해부터는 전산원과 인터넷 전문업체인 아이투소프트와 공동으로 IPv6기반의 VoIP솔루션중 하나인 ‘SIP’기반의 멀티미디어 통신 서버 구축작업을 수행중이다. 차세대 인터넷과 유무선망의 혼합망에서 활용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메시징시스템(MMS)도 디지털웨이브 등과 공동 개발중이다.
현재 IPv6포럼코리아 프로그램의장을 맡고 있는 광운대 전자공학부 민상원 교수(37)도 차세대 인터넷 분야 핵심기술 개발에서 촉망받는 젊은 교수다. KAIST 은종관 교수 문하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당시 LG정보통신 연구원을 거쳐 광운대에서 새 둥지를 튼 민 교수는 지난해부터 ETRI 위탁과제로 IPv4와 IPv6 연동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또 무선LAN기반의 모바일 IPv6장치개발을 국책과제로 추진중이며 올 하반기에는 리눅스 기반의 IPv6라우터를 개발할 계획이다. 민 교수는 광운대 내의 IPv6시험망을 구축했으며 한달에 3회이상 외부 교육세미나를 통해 IP QoS, ATM, VoIP, IPv6 등의 주제를 발표하고 있다.
다음달 3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IPv6포럼서미트코리아’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외국어대 컴퓨터 및 정보통신공학부 정일영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해외파 교수. 정 교수는 원래 국제 ATM포럼 대사를 맡을 정도로 초고속 통신망 전문가지만 최근들어 차세대 인터넷으로의 효과적인 진입을 위해 필요한 IPv6의 도입활동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정 교수는 IPv6의 국내 도입 및 차세대 인터넷을 위한 응용기술연구 등 다수의 연구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IPv6 등을 비롯한 차세대 인터넷 플랫폼에서의 응용서비스 접근
구조에 대해서도 연구를 수행중이다.
그런가 하면 현재 OSIA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최양희교수를 비롯해 IMT2000과 IPv6와의 연계 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양대 정보통신공학과 최선완 교수, IPv6포럼코리아 보안워킹그룹 의장으로서 IPv6에서의 보안 문제를 집중 연구중인 숭실대 컴퓨터공학부 문영성 교수 등도 차세대 인터넷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이다.
이들 외에도 KAIST 조동호 교수, 서울시립대 안상현 교수, 한양대 최선완 교수, 충남대 김상하 교수, 숭실대 신용태 교수 등 전국 각 대학의 정보통신공학부·컴퓨터공학부·전자공학부 등 정보통신분야에서 후진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적지않은 교수들이 차세대 인터넷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이들 IT분야의 대학교수들은 세계적으로 차세대 인터넷이 예상보다 빨리 상용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산학연 등과 공동 보조를 취하며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 차세대 인터넷 기술 자립을 위한 탄탄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