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코스닥을 향해 뛴다>IT株 반등 꿈꾸며 바닥 다진다

‘기술주냐, 가치주냐.’

 최근 증시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하반기 증시를 어떤 종목이 이끌고 갈 것인가다. 미국에서 불어닥친 기술주 열풍으로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정보기술(IT)주들이 득세하며 증시를 이끌었지만 4월을 정점으로 경기둔화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기복없이 실적을 내는 가치주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기술주를 팔고 가치주를 사들였다. 국내 기술주의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최근 한달동안 외국인 매도공세에 시달리며 증시의 발목을 붙잡았지만 철강 등 가치주들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의 선호주가 경기에 따라 변하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상승국면에는 투자자들이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의 성장성을 주목하기 때문에 성장주가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반면 경기둔화 국면에는 투자자들의 성향이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가치주들이 약진하는 경우가 많다.

 가치주의 약진은 미국 경기와도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신경제를 발판으로 최근 10여년간 성장세를 거듭하던 미국 경제가 둔화조짐을 보이면서 고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작년말부터 PC 수요부진으로 성장세가 급속도로 둔화되면서 시스코시스템스 등 대형 IT업체들의 실적악화

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나는 가치주=IT업체의 실적악화는 가치주를 신봉하는 투자자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줬다. 굳이 ‘주가는 실적에 가까워지려는 속성이 있다’는 증시의 격언을 들여대지 않더라도 올해 성장주의 퇴조가 예상됐던 지난해말부터 가치주 상승은 이미 예견됐다는 주장이다.

 주가의 움직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세종증권 조사에 따르면 SP500내 철강업종지수는 지난 1월초 44.65에서 지난달 21일 59.00까지 올라 32%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 기간동안 국내 대표 철강주인 포항제철 주가는 7만6000원에서 10만4500원으로 36%가 올랐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포철주식을 930만주 순매수하며 지분율을 48.98에서 58.63으로 끌어올렸다.

 국내 증시에서 최근까지 장세를 이끌었던 현대자동차도 미국내 자동차업종 지수와 동일한 움직임을 보였다. SP500내 자동차 업종지수는 지난 1월 2일 196.54에서 4월 18일 21.9% 상승한 239.63까지 올랐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같은 기간동안 1만2100원에서 1만8200원까지 오르며 50.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전통적인 가치주인 화학·운수·가스업종 등도 국내외 증시에서 기술주의 부진을 틈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며 모처럼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증시전문가들은 “올초까지만 해도 IT업종의 세계 증시 동종화 현상이 뚜렷했으나 3월부터는 가치주간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IT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에는 가치주가 동조화 현상을 지속하며 증시를 이끌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는 기술주=가치주의 약진속에 기술주는 초라하리만큼 퇴보하고 있다. 올해 벽두 세계 주식시장이 뜻밖의 유동성장세가 진행되면서 성장주가 다시 증시의 전면에 부상하는듯 했으나 잇따른 IT업체의 실적악화 경고로 상승의 발목을 붙잡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1월까지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필두로 하는 통신서비스에 집중됐던 매기도 2월 들어 은행주와 증권주 등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대형 IT주의 약세반전은 코스닥시장의 중소형 IT주까지 꽁꽁 묶어 투자심리를 급격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거래소시장의 IT업체 대표지수인 KOSPI IT는 지난 1월 550선을 상향돌파한 후 등락을 거듭하다 11일 현재 460선까지 밀렸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국내 대표 IT주가 지루한 횡보장세를 거듭하며 상승하지 못하면서 거래소시장의 IT주들이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IT주의 상징인 코스닥시장도 1월말 80선을 회복한 후 5달동안 80∼85선에서 지루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대형 IT주들의 집합체격인 코스닥50지수도 지난 2월초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최근들어 오히려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약세를 통해 국내 기술주의 부진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경기 불안으로 현물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데다 신규 수주물량마저 감소세가 뚜렷해지면서 실적둔화에 대한 불안감을 높여갔다. SK증권은 최근 투자리포트를 통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분기의 1조3000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창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IT주의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추가하락 가능성은 낮지만 본격적 상승은 실물경기 회복이 나타날 수 있는 3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외국인 보유지분 한도(49%)와 정부의 비대칭(차등) 규제 방침으로 최근 한 달 동안 약세를 보이며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달초 SK텔레콤은 외국인 보유지분 한도를 거의 다 채운 후 1개월이 넘도록 외국인 매도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육성을 위해 비대칭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까지 주가에 반영되면서 힘겨운 한 달을 보냈다.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해 동기식 사업자의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비대칭 규제는 비동기 사업자인 SK텔레콤의 펀더멘털을 취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IT株 4분기에 본격 상승=그러나 IT주들이 횡보세를 거듭하며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증시에 적지않은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국내 증시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IT주를 제외한 채 랠리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전통적인 가치주가 기술주의 대안으로 상승하며 종합주가지수 600선을 회복했으나 더 이상 추가상승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증시에선 또다시 IT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IT주가 언제쯤이면 횡보세를 마감하고 다시 증시의 선봉장으로 나서게 될까.

 증시전문가들은 IT주는 국내외 경기회복에 힘입어 3분기 바닥을 확인하고 4분기에 상승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국내 10개 증권사 주요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대증권 등 6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에 IT주가 본격적인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IT주가 4분기에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애널리스트들은 국내외 IT업체들이 2분기 실적 악화→3분기 바닥 탈출→4분기 실적 개선 등의 사이클을 거치며 주가도 4분기부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박문광 현대증권 전략팀장은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이 1분기만 해도 IT업체들이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소나마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지만 2분기들어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3분기 이후에나 IT업체들이 실적 개선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주가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3분기 상승을 예상하는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경기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반도체업체의 자율감산 등으로 4분기에 반도체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상승할 것으로 전망, 경기를 선반영하는 주가는 3분기에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본격적으로 상승하며 전반적인 IT주의 반등세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해석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시황팀장은 “본격적인 IT주의 상승은 경기회복 시그널이 나타나는 3분기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키는 반도체경기와 삼성전자가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재훈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 IT주 상승을 전제로) 연말에 종합주가지수는 750∼800선, 코스닥지수는 100∼110선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