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는 요즘 가뭄 대책으로 정신이 없다. 장관을 비롯해 전직원들이 사상 최악의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행자부에는 이러한 가뭄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 또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전자정부 구현’이다. 가뭄문제만큼 시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하지 않고선 21세기 첨단시대에 걸맞은 정보강국을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7월 1일 전자정부법 시행을 앞두고 그 움직임은 더 활발하다. 본지 금기현 IT산업부장이 지난 3월 취임이후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이근식 행정자치부 장관(55)을 만나 보았다.
―취임하신 후 전자정부 구현에 대해 강조하면서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전자정부에 대한 개념부터 한 말씀 해주시지요.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은 효율성·투명성 및 민주성을 갖춘 작고 효율적인 정부로부터 시작되지요. 전자정부란 바로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행정기관의 사무를 전자화함으로써 행정기관 상호간 또는 국민에 대한 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정부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 정부의 일하는 방법을 정보화에 맞도록 쇄신하고 업무처리를 전자화함으로써 행정기관간, 행정기관과 국민·기업간의 업무를 전자적으로 빠르고 투명하고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부라 할 수 있지요.
―전자정부를 추진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21세기 지식정보사회가 되면서 미국·영국 등 선진 각국에서는 경쟁력 있는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전자정부를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죠.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는 정보통신망 등 인프라를 바탕으로 행정업무와 대민서비스의 전자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자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는 종이없는 행정을 실현하는 것이지요. 공무원이 PC를 이용해 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하며 행정 내부업무와 대민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그동안 종이로 처리하던 업무를 컴퓨터를 중심으로 바꾸고 국민과 기업은 관청을 방문하지 않고도 정부와의 업무를 처리하고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편리하고 투명한 정부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전자정부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전자정부 조기구현을 강력히 지시하고 이와 관련해 이행실적을 항시 점검하겠다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현재 전자정부가 어느 정도 추진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인지요.
▲대통령께서 전자정부에 대해 어느 정도의 관심과 추진의지을 갖고 계신지는 얘기하지 않아도 다 아실 것으로 압니다. 반드시 이룩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동안 전국 행정정보망 구축, 전자결재 정착 및 중앙행정기관 전자문서유통 개시, 전 행정기관 홈페이지 구축 및 민원처리 인터넷공개시스템 확산 등 행정내부 정보화 및 기반구축에 온갖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5대 민원DB 공동이용시스템(G4C) 구축, 시군구종합정보화 등을 추진해 국민들의 대관업무가 한결 수월해지도록 하겠습니다. 이를테면 국민이 행정관청에 주소이전 신고를 하면 주민등록·자동차·민방위 등 관련주소가 한꺼번에 정리되고, 국민들이 안방에서 인터넷으로 신청한 민원의 처리과정과 각종 생활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이 계획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그 효과는 상당하겠죠.
▲그렇습니다. 전자정부가 완성되면 행정정보의 공동활용과 지식정보의 공유를 통해 생산성이 극대화될 것입니다. 또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컴퓨터를 통해 각종 정보를 얻고 민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5대 민원업무 혁신사업(G4C)이 완성되면 행정정보 공동이용으로 구비서류가 대폭 감축되고 안방민원처리로 국민들의 행정기관 방문도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1조8000억원의 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월 전자정부법이 통과되면서 이의 법적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전자정부법의 내용과 의의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전자정부법은 그동안 ‘종이문서 위주’로 되어 있던 행정업무나 민원처리 등을 전자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전자문서유통에 대한 장애를 제거하고, 전자적 업무처리를 촉진시킴으로써 전자정부가 조기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컨대, 개별법령에서 ‘서면’ 등 종이문서로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전자문서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적법하게 제출한 것으로 보도록 했습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전자정부법시행령이 제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관계부처와의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전자정부법 관련시행령은 관계부처와 협의를 마치고 19일 국무회의에 상정해 이달 말께 공포할 예정입니다. 시행령은 전자공문서 작성과 발송방법, 전자관인 인증체계 및 방법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전자정부법을 보완하는 성격이 될 것입니다.
―전자정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정보화 촉진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체의 현재 정보화 수준은 어느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까.
▲자치단체의 정보화 수준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2000년 7∼12월)에 실시한 정보화수준측정 결과를 의하면 수도권 또는 대도시 자치구는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고, 특히 광주·충북·경남 시군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지역간·계층간 정보화격차는 심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어떤 면에서는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행자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정보화 격차를 줄여 나가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행자부가 자치단체의 정보화를 촉진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시책으로는 우선 초고속 행정정보망의 보안강화 등 지역정보화 기반 확충과 함께 국민편익 위주의 행정실현을 위한 시군구행정 종합정보화 2단계사업이 있습니다. 지역주민에 대한 정보화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정보화시범마을’ 등 지역특성에 맞는 정보화 지원사업도 확대하고 있지요. 또 자치단체 정보화수준을 종합평가해 우수기관에 대한 포상과 함께 재정지원을 차별화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경쟁을 유도할 작정입니다.
―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다른 일이 있다면서요.
▲전자정부를 조속히 구현하고 지방자치단체간의 정보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에 대해 논의할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정부내 부처별 정보화담당관을 주축으로 한 ‘정보화담당관협의회’와 ‘지자체 CIO 협의회’를 새롭게 구성, 기존의 중앙부처 ‘CIO협의회’ 및 ‘지자체 정보화담당관협의회’와 함께 조화롭게 운영할 생각입니다.
―책임자의 정보화 마인드는 조직 전체의 정보화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장관께서는 실제로 전자결재 혹은 민원처리도 전자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까. 생각하시기에 현재 공무원의 정보화 마인드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우선 관리자로서 최소한의 정보활용능력인 전자결재와 인터넷 이용은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또한 제 e메일l(Keunsik@mogaha.go.kr)이나 우리부 홈페이지에 개설된 ‘장관과의 대화방’을 통해 민원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전자결재는 전자정부 구현의 기본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대부분 실국장 및 과장선에 위임해 전자결재로 처리하도록 해 종이문서 감축은 물론, 결재를 위해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이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중앙부처와 시도의 전자결재율은 지난 5월말 현재 60% 이상을 달성해 전자결재의 생활화가 정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 대부분 기초과정의 정보화교육을 마쳤고, 1인 1PC 업무처리환경이 조성되어 정보화 마인드나 수준면에서 상당히 높아졌다고 여겨집니다. 올해에도 지난해 50만명 정보화교육에 이어 기초·중급·고급과정 등 단계별 과정을 마련해 정보화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화제를 바꿔 보겠습니다. 행자부와 전자신문이 공동으로 제정한 ‘자치단체 정보화상’이 벌써부터 자치단체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상을 권위있는 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까.
▲자치단체 정보화상은 전국 232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보화수준측정 결과에 따라 우수기관과 유공자를 선발·시상함으로써 정보화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기 위해 행자부와 전자신문이 공동으로 제정한 것입니다. 자치단체 정보화상 제정은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 조기구현에 자치단체가 앞장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행자부는 전자신문과 협력해 자치단체 정보화상을 권위있는 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정보화수준 측정기법과 지표를 발굴해 이를 종합평가에 반영함으로써 공정하고 엄정한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앞으로 몇년간 추진경과를 분석한 후 참여대상과 시상범위를 확대해 지방자치단체 정보화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도 연구검토하겠습니다.
<정리=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