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디지털시대도 인간적 만남이 중요

 요즘은 모든 것이 전산화, 수량화돼 가고 있는 세상이다. 기업의 TV광고만 봐도 시장 바구니까지 깊숙이 파고 들어온 디지털 문화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병원을 가봐도 각종 첨단 기계장비들과 사전 검사에 의해 수량화된 데이터들에 근거해 시술이 행해지는 모습을 많이 본다. 심지어는 기계가 의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의사들의 임상 경험과 환자를 대하면서 나온 직관에 의한 판단력일 것이다.

 비즈니스에서는 이런 경우가 더욱 많다. 물론 과학적인 경영을 위해 의사결정시스템이나 지식관리시스템 등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수치 데이터와 이론만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이 반드시 정답이 아닌 경우가 많다. 업무 정황상, 혹은 업무 대상 기업의 담당자 성향에 따라, 또 향후 사업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볼 때 등등 ‘이것이 최고의 결론이다’라고 할 수 없어도 그렇게 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비즈니스 역시 사람 간의 일이고, 비즈니스의 결과란 사람 사이의 의사 소통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디지털화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디지털 문화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문화도 많이 바뀌어감을 느낀다. 우리 회사 직원들만 봐도 연일 밤 늦도록 쉼 없이 돌아가는 격무 속에서 지내다보니 얼굴보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은 좀처럼 없다. 이들은 동료와의 의사 소통을 위해 즉석 채팅이나 메일을 이용한다. 친구들과의 안부전화도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

 효율적인 통신 수단들을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일편 서글픈 생각이 든다. 한 번이라도 얼굴을 직접 보거나, 목소리를 들으며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인상이나 말투에 의한 직관과 교감은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고객이건 동료건 만나서 눈길을 마주치면서 오가는 대화 한 번과 친절한 설명 한 번이 수 차례의 자료 송부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역시 젊은 비즈니스맨들이 잊지 않기를 바란다.

조석일 코코넛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