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벤처지원 포럼]주제발표-벤처기업이 본 대기업 벤처투자

◆박항준 레스컴닷컴 부사장

 최근까지 일련의 대기업 벤처투자 및 협력과정을 보면 지나친 관심과 무관심이라는 이중적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즉 두 주체간 지나친 계약조항으로 주주권리나 이사회권 등 경영권을 제약, 경영간섭으로 비쳐지거나 반대로 방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대기업들이 정확한 목표와 전략이 부재한 데다 투자업체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만한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성장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기존 대기업의 회계기준으로 바라보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정기주총이 많았던 지난 3월은 유난히 대기업 투자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그리고 벤처기업들이 투자유치후 대기업 내부조직과 사업협의시 정확한 의사소통 채널을 찾지 못해 결국 대기업의 강점인 관리·자금운영·네트워크를 적절히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전략적 제휴 및 공동 사업 수행시 양자간 명확한 관계정립도 미흡하다. 많은 경우 대기업이 벤처기업들을 파트너가 아닌 종속 또는 하도급업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또 대기업의 더딘 의사결정구조 때문에 시간에 승부를 거는 벤처기업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와 함께 사업협력시 대기업내 담당조직의 혼선, 기존 조직과의 파워게임 등으로 중소·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4개월에 걸친 협의끝에 대기업과 수백억원대의 납품계약을 맺은 중소·벤처기업이 기존 조직들의 반발로 계약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현실이 막강한 자금·경영·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대기업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및 지원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따라서 양자 협력의 시너지 제고를 위해 대기업이 벤처투자 및 지원에 대한 명확한 아이덴티티(Identity)를 세워야 한다. 벤처투자의 목적이 일본식 협력관계(Family)를 구축하기 위한 것인지, 미국식 협조관계(Partner)를 위해서인지 또는 단순 투자수익이나 새로운 어떤 관계를 위한 것인가 등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대기업의 관련조직 및 담당자, 벤처경영자 모두가 혼란이나 환상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벤처투자 및 제휴에 대한 계량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관리조직과 실무진을 구성, 두 주체간 실질적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