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월드컵을 향한 통신서비스

◆이용경 KTF 사장 (ykl1943@magicn.co.kr)

 

 멀게만 느껴졌던 월드컵이 어느새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0일 프랑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서 우리나라 팀은 2승을 거두고도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대회 기간 동안 보여준 국민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다른 나라의 경기에도 기꺼이 경기장을 찾아 멋진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며 질서있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 1년 후에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는 14번째 나라가 되고 세계의 이목이 온통 한국으로 집중될 것이다. 88올림픽을 거울 삼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다면 여러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뒤따를 것은 자명하다.

 2002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하는 한국과 일본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경기 진행은 물론 여러 분야에서 많은 교류와 협력이 예상되며 선의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력뿐 아니라 다양한 인프라의 효율적인 운영이 대회 성공의 열쇠로 인식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전문가들은 교통과 정보통신 인프라를 최우선 조건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중 정보통신 인프라의 기본은 물론 이동전화와 인터넷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은 2.5세대인 cdma2000 1x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최고 144Kbps의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이전의 2세대 서비스는 북미와 유럽이 중심이 되어 리드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3세대인 IMT2000 서비스는 전혀 다를 수 있다. 한국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인터넷을 가장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ADSL은 주목할 만한 개발과 보급추세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인 월드컵을 통해 우리의 정보통신 기술을 과시하고 향후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월드컵을 위해 이동통신 분야에서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로 로밍 서비스다. 관광객과 선수단·보도진 등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며 이들은 대부분 이동전화를 사용할 것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회사들은 고객들이 외국에 나갈 때도 이동전화를 계속 쓸 수 있는 아웃 바운드 로밍(out bound roaming) 서비스는 잘 운영하고 있으나 외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이동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인 바운드 로밍(in bound roaming) 서비스는 소홀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이 불편없이 이동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CDMA를 사용하는 북미·일본은 물론 유럽의 GSM 사용자도 CDMA 번호를 부여받아 외국과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외국의 대형 사업자들과 서둘러 로밍 협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차세대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전세계인이 주목하는 월드컵인 만큼 더욱 새롭고 진화된 서비스를 선보임으로써 세계시장에 우리의 기술을 부각시켜야 한다. 이미 세계 정상의 수준을 확보하고 있는 무선인터넷도 본격적인 멀티미디어화를 통해 경쟁 우위를 과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 회사도 지난 3월 시연에 성공한 1x EV-DO(HDR) 기술을 상용화, 월드컵 기간에 가장 빠른 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월드컵 파트너로서 역량을 자랑할 계획이다. 각국 기자들이 이동전화를 보도자료 전송의 도구로 활용하고, 국민은 무선인터넷을 통해 마치 안방에서 TV를 시청하듯 경기 결과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지리정보와 관광안내 서비스를 한글과 영어로 휴대폰을 통해 간단하고 편리하게 제공받는 것은 결코 상상 속의 일이 아니다.

 월드컵은 국가의 대사인 만큼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성의없이 잔치를 준비하고 손님을 청하는 것은 주인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월드컵을 통해 우리나라의 차세대 통신기술을 적극 부각시키고 홍보한다면 향후 3세대 통신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셈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든 세계시장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고품격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이동통신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고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