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캠퍼스]시험기간은 메뚜기의 계절?

6월을 맞아 대학가가 또다시 도서관 자리를 찾아 헤매는 메뚜기(?)를 양산하고 있다.

 이맘 때쯤이면 대부분 기말 고사가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위해 도서관으로 몰린다. 때문에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학생들은 빈 강의실이나 빈 자리에서 공부하다 자리 주인이 오면 다시 다른 빈 자리로 옮겨야 하는 메뚜기 신세가 된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친구들을 위해 도서관 자리를 대신 맡아주는 일이 극성을 부려 메뚜기들은 더욱 늘어난다.

 새벽같이 나와 친구의 자리를 확보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고 있으며 심할 경우에는 4∼5자리를 입도선매하기도 한다.

 이른 아침, 도서관 책상에는 책들만 올려져 있을 뿐 학생은 보이지 않는 자리가 반이 넘고 8시가 넘어야 자리 주인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도서관이 본 모습을 되찾는다.

 이로 인해 집이 먼 학생들은 힘들게 새벽 전철을 타고 와도 자리를 못잡기 일쑤다.

 고려대 노문과 97학번 권모씨는 “도서관에 자리를 맡으려면 인천에서 새벽 5시에 출발을 해야 겨우 맡을 수 있다”며 “공부보다 도서관 자리 맡는 일이 더 힘들다”라고 말한다.

 같은 학교 김모씨(불문과 95학번)도 “한번은 7시에 열람실 책상에 공책 한 권이 있어서 공책을 옆으로 옮기고 공부를 했는데 공책 주인은 11시에 왔다”며 “요즘 학생들은 그런 일들을 당연히 생각하고 미안해 하지도 않는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친구 잘 만나면 강남간다는 속담은 대학교에서는 친구 잘 만나면 도서관 자리 얻는다로 변모한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학생회에서는 자리 대신 맡아주기를 근절하고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할 수 있는 대책들을 궁리하고 있다.

 고려대 학생회에서는 최근 도서관 입구에 ‘자리 대신 맡아주는 일 금지’라는 대자보를 붙였으며 ‘이 자리에서 ○시부터 ○시까지 공부하셔도 됩니다’라는 종이를 나눠줘 빈 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묘안을 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도 잠시. 도서관은 또 다시 자리를 찾는 사람들과 빈 자리에 올려 놓은 공책 한 권과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한 학생은 “학교측은 학생들이 진정으로 학문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빠른 시일 내에 제공해야 하며 학생들도 자신의 친구, 선배, 후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같이 공부하는 동문으로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가져야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예기자=박종철·고려대 ppakk12@ne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