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디스플레이산업>(4)차세대 디스플레이 진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간 명암이 엇갈린다.

 양산단계에 접어든 PDP와 유기EL은 빠른 속도로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나 전계발광디스플레이(FED), 강유전체액정표시장치(FLCD), 액정온실리콘(LCoS) 등은 좀처럼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PDP와 유기 및 무기EL의 급부상으로 되레 뒤처지는 듯한 양상이다.

 이번 ‘SID2001’에서도 FED, FLCD 등은 출품 자체가 드물었으며 나온 제품도 관람객의 발길을 잡지 못했다.

 소니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은 화질이 우수한 5인치와 13인치 FED를 눈여겨보면서도 정작 질문은 13인치 유기EL에 쏟아졌다. 전시장에서는 소니가 FED 제휴처인 미국의 캔드슨트의 투자 확대 요청을 거절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기존 디스플레이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잠재력을 가졌다는 FED가 몇해째 미완

의 기대주로만 남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휘도 TFT LCD를 비롯해 PDP, 유기EL의 양산이 이뤄지면서 FED에 대한 관심에 예전보다 식었다”면서 “수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양산 기술이 출현하지 않는 한 FED는 당분간 주목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정은 대형 프로젝션TV나 뷰파인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등 초소형 마이크로디스플레이로 쓰는 FLCD, LCoS도 마찬가지였다. 극심한 시장 침체로 생존경쟁에 들어간 디스플레이업계에 상용성이 뒤떨어지는 이들 제품은 ‘사치품’일 따름이다.

 이같은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진전은 있었다. 휘도와 해상도를 크게 개선해 밝은 곳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는 대형 프로젝션TV는 PDP와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임을 예고했다.

 FED는 수율 저하라는 치명적인 약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나 2000년대 하반기를 이끌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서의 잠재력은 여전했다. 북미와 유럽 업체가 집중하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기술도 성능의 향상과 응용범위 확대라는 성과가 있었다.

 스코틀랜드업체인 마이크로에미시브디스플레이(MED)는 반도체와 유기EL 기술을 접목시켜 전력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마이크로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필립스가 출자한 E잉크는 전자북용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명조와 전력소모량을 개선한 다양한 시제품을 공개했다.

 자이트(구 콜로라도마이크로디스플레이)와 인비소(InViso)는 LCoS를 구현한 헤드세트와 안경알에 영상을 맺히게 하는 응용 제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비해 TFT LCD와 유기EL 제품은 다양한 신기술이 선보여 앞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그렇지만 이들 차세대 제품도 TFT LCD 신제품과 EL의 활발한 상용화에 빛을 잃었다.

 소니와 삼성SDI가 각각 13인치와 8.4인치 유기EL 제품과 기술을 공개했으며 캐다다 회사인 아이파이어(iFire)도 무기EL을 응용한 8.5인치 패널을 선보여 EL붐을 조성했다.

 삼성전자, LG필립스LCD, 샤프, 도시바, IBM, 하이닉스반도체 등은 해상도와 휘도를 개선한 대화면 TFT LCD나 저온폴리 기술을 응용한 소형 디스플레이를 경쟁적으로 출품해 양산에 앞선 기술의 장점을 과시했다. PDP의 경우 양상 경쟁에 돌입한 탓인지 이번 전시회에 업체들의 신제품 출품은 적었으나 세미나장에서 원가절감 기술이 쏟아져나왔다.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한국과 일본이 상용화에 들어간 PDP, 유기EL의 생산을 이끌고 있어 당분간 두 나라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패권을 양분할 전망”이라면서 “다만 핵심 부품 및 재료 기술을 유럽과 북미 업체가 쥐고 있다는 한계도 계속 따라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