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형오 위원장

부산 영도구.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로 알려진 동네다.

 영화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부산 영도구는 김형오 의원(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위원장·한나라당)의 지역구다. 아직 그는 ‘친구’를 보지 못했다. ‘친구아이가’, ‘고마해라, 마이 묵읐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친구’라는 영화붐이 일고 있는데도 영도구가 지역구인 그는 정작 영화를 보지 못했다.

 성인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그는 무엇을 했을까.

 “고향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아직 시간을 못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 버렸습니다.”며 김 의원은 사람좋게 웃었다.

 그를 보면 사람들은 차갑고 냉정한 공안검사를 떠올린다. 92년 14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가 과학기술·정보통신계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 98년이다. 3년 연속 권력기관의 불법적인 도감청 문제를 제기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연구기관으로부터 ‘휴대폰 감청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어냈을 만큼 이 분야에서는 단연 베테랑이다.

 “도감청 문제 제기 때문에 이미지가 차갑게 느껴지나 봅니다. 그러나 도감청 문제는 단순합니다. 통신인권을 확보하자는 것이지요. 권력기관에 의한 불법적인 도청·감청이 횡행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입니다. 이런 이슈가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불행이지요.”

 그의 말은 휴대폰 도감청이 문제화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안정된 사회가 아니라는 의미다. 3권 분립에서 행정기관에 대한 정당한 비판, 야당으로서의 역할이 이뤄질 때만이 합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논리다.

 ‘도감청 박사’ 김 의원은 서너 개의 휴대폰을 갖고 다닌다. 차에서, 집에서, 지역구에서 사용하는 휴대폰이 모두 다르다. 물론 본인의 이름으로 가입된 휴대폰은 없다. ‘바쁘다 보니’ 이동전화 대리점을 찾지 못했고 모두 주변 사람들이 대신 가입해 가져다준 경우다. 물론 통화료는 본인이 지불한다.

 “도감청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명의를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선거일 등으로 바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요. 도감청을 이슈화하기 이전부터 사용하던 이동전화니까…….”

 기자의 질문이 도감청 문제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웃음으로 넘긴다. 사실 그는 도감청뿐만 아니라 퀄컴의 로열티 지불 거부문제를 97년부터 거론해 이슈화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인 양승택 현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선종 전 원장도 그런 그의 역할에 대해 인정할 정도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습니다. 당시는 3선개헌·유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지요. 아마 그 과정에서 정치에 대한 꿈이 싹튼 것 같습니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하자는 생각이 그때 생겼지요.”

 90년 부산 영도구 지구당 위원장을 시작으로 11년째 그는 정치인 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 선거에서 당선된 후 줄곧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드문 일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는 과기정위에서 가장 오랜 생활을 하고 있다. 경륜이 쌓였다는 것이 바로 김 의원의 경우다.

 “밥그릇수가 많다는 것이겠죠. 일본·미국의 경우에는 결코 오래된 것이 아니지만 3선 모두를 과기정위에서 생활을 했으니 현역 중에서는 최고참이 됐네요.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정보통신·과학기술계에 애착도 많구요. 그만큼 때가 뭍었다는 말이겠지요.”

 김 의원이 ‘손때가 뭍은’ 과기정위의 위원장이 된 것도 이런 그의 경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과기정위 위원장 김형오 의원의 생각은 단순하다. 국회를 국회답게 만들겠다는 것이 그이 포부다. 여당 시절에도 바른말을 곧잘 하던 그의 성격 그대로다.

 “그간 과기정위는 여야 의원 모두 협조하는 분위기가 잘 구축돼 있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의 미래를 발전시키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입법기관으로서 행정기관에 대한 견제는 필요합니다. 정부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가 이뤄질 때만이 정부나 나라가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김 의원의 정치관이기도 하다. 현재 국회 과기정위에는 집권여당의 명예총재, 야당의 부총재, 여당의 최고위원 등이 배치돼 있다. 상당히 비중있는 인사들이다. 김 의원은 이런 상임위원회 분위

기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위원회라고 지적한다. 이곳에서 여야 의원들이 생산적인 입법 활동을 벌일 때 미래가 보장된다고 그는 믿고 있다.

 “21세기는 우주시대에 입문하는 시기입니다. 마젤란 등이 항해를 통해 신대륙을 발견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그런 지구가 500여년 흘러왔습니다. 그러나 21세기는 우주의 시대로 들어가는 단계입니다. 과학기술이 새로운 세상을 열고 그것을 통해서 무한한 미래로 들어가는 새로운 시대입니다.”

 과기정위 위원장 다운 말이다.

 ‘지구의 시대에서 우주의 시대로’ 옮겨가는 입문의 시대. 그가 바라보는 21세기의 화두이기도 하다. 그런 시대에 그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 부문의 법을 만드는 국회 상임위원회 수장이 됐다.

 대덕밸리·포이밸리·테헤란밸리의 연구원·기업가들이 그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취임에 기대가 큰 것도 바로 이런 과학기술·정보통신 부문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닐까.

△47년 11월 30일생 △66년 경남중고 졸업 △71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75∼78년 동아일보 기자 △76년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졸업 △78∼82년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 연구관 △86∼90년 대통령,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90년∼현재 한나라당 부산영도구 지구당위원장 △92년∼현재 14,15,16대 국회의원 △94년∼현재 사단법인 미래사회 정보생활 이사장 △99년 경남대 정치학 박사 △2001년∼현재 국회 실업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가족:부인 지인경씨와 2녀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