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 성공은 그동안의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는 신호가 되며 회사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가 성공적으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이닉스는 이에따라 계열분리와 함께 독립경영의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반도체 전문회사로서 전력투구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이닉스의 채권단도 그동안의 지원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으며 국내 대표기업에 대한 위험요인의 완화로 국가 신인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 DR 발행은 당초 예상보다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지난달 21일 이후 25일간에 걸친 해외 로드쇼에서 국내외 투자가들이 예상밖의 높은 관심을 보이자 규모를 12억5000만달러로 늘리고 이 중 15%에 해당하는 1억8750만달러 규모를 추가로 배정할 수 있도록 옵션을 설정했다. 이런 성과로 당초 예정됐던 하이일드본드 발행 계획은 취소, 이자비용부담과 부채비율 확대를 피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또 계획대로 오는 20일 1조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이 이뤄지면 21일 대금이 납입되는 해외 DR까지 합쳐 모두 2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오게 돼 그동안의 유동성 리스크는 더이상 나오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남아있다. 구조조정이 완전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계열분리와 불필요한 사업부문에 대한 매각은 필수적 요소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DR가격이 15일 주가인 4100원보다 월등히 낮은 3100원 수준으로 확정됨에 따라 DR 청약물량이 매물화될 경우 당분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