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황사바람` 몰아친다

중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이 최근 급속도로 발전, 두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큰 국내 전자산업계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거대한 현지 시장을 겨냥한 외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잇따른 생산시설 이전 및 신설에 힘입어 새로운 생산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해외업체의 투자유치에서 한걸음 나아가 중국의 전자업체들은 직접 생산 시설을 갖춰 국산화에 나섰으며 일부는 한국 등 해외 업체의 인수를 추진하는 등 파상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첨단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 가전 등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에 치우친 전자산업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으로, 중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인프라는 예상보다 빨리 2000년대 초반에 기반을 갖출 것으로 보여 현재 이 분야를 이끄는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패키지와 테스트 등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한국에 이어 제2의 생산 대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의 반도체 패키지 생산규모는 지난해 13억달러를 넘었으며 매출액 1000만달러 이상의 업체가 14개사에 달해 삼성전자 등 자체 조달 업체까지 포함해 10개사에 못미치는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더구나 한국내 생산기지를 둔 다국적 패키징업체인 칩팩·앰코·ASE 등은 최근 한국내 생산라인 일부를 중국공장으로 이전하고 있어 앞으로 2∼3년내 한국을 제치고 최대 패키지 생산국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또 인텔·IBM·모토로라·NEC·UMC 등 미국·일본·대만의 반도체 및 파운드리 업체의 직접투자 또는 합작투자를 통해 비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기술을 활발히 이전받아 이 분야에 취약한 한국 업체에 비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중국 전자업체들은 디스플레이분야에서도 브라운관(CRT)에 이어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유기EL 등 첨단 디스플레이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춰 한국 업체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의 PC제조업체인 퉁팡은 하이닉스의 TFT LCD사업부문을 인수키로 하고 막바지 지분 조정에 나섰으며, 지금은 중단됐으나 일부 중국의 TV업체가 오리온전기의 PDP사업 인수에 관심을 갖기도 했었다. 삼성SDI·LG전자 등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채산성이 악화된 브라운관 생산라인 일부를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은 CRT의 최대 생산국으로 올라섰으며 TFT LCD, PDP 등 첨단 디스플레이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우리에게는 대만에 비해 더욱 위협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