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만 파운드리 경쟁 `제2회전`

 대만과 한국의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들의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아남반도체·동부전자 등 국내업체들과 TSMC·UMC 등 대만 파운드리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설비증설 경쟁에 이어 국내 중소 반도체설계(팹리스:FABless)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대만업체들은 최근 우리 정부가 비메모리산업 육성을 위해 파운드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나선데다 아남반도체·동부전자 등 국내 파운드리 전문업체들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자 국내 중소업체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창업 붐을 타고 설립된 국내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최근 기술개발을 마치고 잇따라 상업생산을 서두르자 이들 업체는 앞다퉈 기술 세미나를 마련하고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파운드리 기회를 잡기 어려웠던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들은 당분간 시제품 제작 및 양산 등이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UMC는 다음달 3일 주요 고위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국내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공정기술 세미나 및 회사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 활동을 펼치는 UMC는 이 자리에서 실리콘게르마늄(SiGe) 공정 및 고주파(RF) 신호처리 기술, 고전압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OMS) 이미지 센서 등 자사의 첨단 공정기술과 각종 서비스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UMC는 이미 국내 100여개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참석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으며 개별 미팅도 마련해 국내업체들과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이에 앞서 국내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들을 대상으로 파운드리 서비스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메모리 생산라인(FAB)을 비메모리 라인으로 변환해 파운드리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중소업체들과 공동 개발 및 마케팅도 추진하고 있다.

 아남반도체·동부전자 등 파운드리 전문업체들은 정부지원의 시제품을 생산대행하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사업 이외에 개별적으로 양산용 제품을 제작해주겠다며 설계업체들을 상대로 영업활동에 적극 나섰다.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의 한 사장은 “가동률이 회복되면 대만·한국업체 할 것 없이 다시 팹을 잡기는 상당히 어려워질 수도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소 설계업체들과도 윈윈할 수 있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누가 빨리 구축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