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전자신문 공동>게임강국으로 가는길(14)외고;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온라인게임은 게임이라는 콘텐츠적 요소와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기술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온라인게임을 구성하는 두가지 요소, 즉 게임과 인터넷만큼 범세계적인 것도 없다는 점이 온라인게임의 발전가능성을 웅변해 준다 하겠다.

 인터넷은 세계를 아주 가깝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도 하나가 된 인터넷세상속으로 우리를 편입시켰다. 우리가 일하고 공부하는 방식을 바꿨으며 특히 여가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게 했다.

 인터넷의 이같은 위력의 절반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 세계인을 하나의 커뮤니티안에 묶을 수 있는 인터넷의 위력이 가장 여실히 발휘될 수 있는 콘텐츠는 다름 아닌 인류 공동의 유희적인 욕망에 바탕으로 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다. 특히 태생적으로 디지털화한 게임이 인터넷이라는 세계적인 인프라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게임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환상적인 체험과 욕망의 실현은 매우 인간적인 것이어서 인종·국가·문화적 차이도 장벽이 되지 못하며 그만큼 글로벌문화상품의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대만에 진출했을 때, 그리고 현지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미국시장에 진출했을 때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서히 마니아층을 확보해 가는 것을 보면서 게임이 갖고 있는 범세계적인 상품성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아래아한글이나 한메타자와 같이 우리에게만 의미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다가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보겠다며 게임을 시작했던 창업의 비전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게임이라는 상품 자체가 세계성을 지녔다 해도 실제로 해외시장에 진출해 성과물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온라인게임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게임은 비디오게임기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심어져 있어 인식을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했다. 온라인게임 자체가 새로운 사업모델인데다 게임업체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사례가 없어 엔씨소프트는 개척자로서의 어려움을 함께 겪어야 했다. 또한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브랜드 가치가 경쟁상대인 미국·일본에 비해 낮은 것도 부담이 됐다.

 더욱이 리니지가 한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면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해외로 향해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부담이 됐다. 한국에서 제일이라면 당연히 미국에서도 성공하고 외화를 벌어 들여야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무거운 짐을 져야 했다.

 대만이나 미국에서의 결과물이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한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산 온라인게임이 세계시장에서 호평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조금 먼저 시작한 사람의 입장에서 국내업체들은 해외파트너 선정이나 게임의 현지화에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온라인게임은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관리 및 지속적인 서비스가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에 게임과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과감히 해외진출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

 아울러 현지 네트워크 사정 및 게이머들의 성향에 맞게 게임을 재가공하는 것 또한 성공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정보망에서 오락망으로 발전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며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온라인게임이라는 신천지에서 많은 씨앗을 뿌려 화려한 꽃을 피우고 속이 꽉찬 열매를 맺을 것으로 확신한다. 시작이 반이라면 우리 업계는 이미 절반은 앞서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