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메탈 밴드 스코르피온스의 언플러그드 앨범 ‘Acoustica’
메탈 밴드로서 스코르피온스가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있는 이유가 있다. ‘Holiday’ ‘Always Somewhere’ ‘Still Loving You’ ‘You & I’ ‘Wind Of Change’ 등과 같은 ‘필살의 발라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익스트림 장르인 하드코어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80년대 초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는 다양한 메탈 음악이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슬픈 멜로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정서에는 메탈 밴드들이 앨범에 한 곡 정도 양념으로 끼워넣은 록 발라드가 더 선호됐다. 때문에 가장 많은 록 발라드를 보유한 메탈 밴드인 스코르피온스가 사랑을 받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스코르피온스는 리더 루돌프 쉔커의 작곡과 리듬기타 연주, 그리고 키 작은 크라우스 마이네의 ‘코맹맹이’ 보컬이 두 축을 이루는 독일 출신의 메탈 밴드다. 스코르피온스는 뛰어난 리드 기타리스트를 세 명이나 배출했다. 현재까지 가장 오랫동안 밴드에 머물고 있는 마티야스 얍스를 비롯해 바로크 메탈의 선구자격인 울리히 로스, 루돌프의 친동생이자 밴드 U.F.O와 M.S.G를 이끈 마이클 쉔커 등이다.
스코르피온스가 이번에 발표한 작품은 언플러그드 앨범이다. 언플러그드 앨범은 90년대에 들어서 MTV 기획으로 머라이어 캐리와 에릭 클랩튼의 앨범이 성공하면서 대중화된 스타일이다. 이후 언플러그드 앨범은 웬만한 아티스트면 하나쯤 발표해야 하는 일종의 예의(?)가 돼버렸다. 때문에 스코르피온스의 이번 앨범은 그 명성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알찬 수록곡으로 채워져 있어 팬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우선 서두에 언급한 그들의 인기 발라드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그 중 ‘Holiday’는 원곡의 무거움에서 벗어나 퍼쿠션 리듬의 흥겨운 업템포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When Love Kills Love’는 그들의 새로운 발라드로 연륜에 걸맞은 작곡 솜씨가 돋보인다. 그 외 세 곡의 리메이크 버전이 눈에 띈다. 캔사스의 명곡 ‘Dust In The Wind’, 퀸의 ‘Love Of My Life’, 그리고 카스의 ‘Drive’다. 퀸의 곡은 단순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즉흥적으로 부른 느낌을 준다.
또 카스의 리메이크는 현악 반주와 여성 코러스를 절묘하게 넣은 꼼꼼한 편곡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히트곡인 박진감 넘치는 메탈 넘버 ‘Rock You Like A Hurricane’은 ‘Hurricane 2001’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곡은 지난해에 발표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앨범 ‘Moment Of Glory’에서는 ‘Hurricane 2000’이란 이름으로 실리기도 했다.
스코르피온스는 99년 ‘EyeⅡ Eye’라는 앨범 이후로 오케스트라 앨범과 언플러그드 앨범을 연달아 발표했다. 이는 정규앨범 판매부진에 따른 ‘옛 명성에 기대기’인 측면이 강하긴 하지만 그들의 열혈 팬의 입장에서 볼 때는 재해석된 새로운 버전과의 즐거운 만남이다. 히트곡이 많은 밴드는 이럴 때 빛을 발한다.
<팝 칼럼니스트 / 드라마 작가>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