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프로세싱시대 열린다>(2) CPU업체들의 도전

 고성능 서버 시장을 향한 CPU업체들의 도전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 90년 중반부터 CPU업체들의 발걸음은 포화상태에 이른 PC시장에서 인터넷 인프라의 확산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서버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버시장은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반면 대용량 처리능력이나 독자적인 운용체계, 안정적인 유지관리 등이 필요하고 안정성이나 발열문제 등 기술상 까다로운 점이 많아 선이나 HP, IBM 등 전문업체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져왔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기가급 속도를 내는 CPU가 등장하고 유닉스·리눅스 등 오픈 운용체계가 자리잡으면서 CPU업체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

 인텔은 그동안 32비트 ‘펜티엄Ⅲ 제온’을 중심으로 인텔 기반의 PC서버사업을 차근차근 확대해왔다.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칩세트가 탑재된 주기판에 파워서플라이·핫스왑베이·컨트롤러 등을 장착한 조립서버(화이트박스)를 중소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보급, 지난 1분기에만도 국내 서버시장의 2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

 이에 뒤질세라 AMD도 ‘애슬론’으로 시장진입을 시도하면서 최근 서버 전용 CPU인 ‘애슬론 MP프로세서’를 내놓았다. AMD는 또 아직까지 기술개발을 완료하지 못했지만 연말께는 실리콘온인슐레이터(SOI) 기술을 탑재한 64비트 CPU(코드명 슬레지 해머)를 출시해 본격적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노트북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트랜스메타는 저전력 효과를 내는 ‘크루소’(모델명 5300)를 RLX·레벨닷컴 등 중소 서버업체들과 내놓고 영업활동에 들어갔고 , 지금은 다소 위축됐지만 삼성전자가 ‘알파칩’을 개발해 생산을 추진하는 것도 모두 서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발빠르게 서버시장을 겨냥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역시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 96년 HP와 64비트 아키텍처 기반의 서버 전용 프로세서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가동한 지 5년여만에 ‘아이테니엄’을 내놓았다. 예상보다 출시가 늦어지긴 했지만 ‘아이테니엄’은 기존 서버업체들이 사용해왔던 명령어축약형컴퓨팅(RISC) 방식의 프로세서와는 달리 명시적병렬명령어컴퓨팅(EPIC:Explicitly Parallel Instruction Computing) 설계방식을 채택, 64비트 주소지정능력과 방대한 데이터를 최대 16테라바이트 속도로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최근 미국 벤치마크테스트기관인 표준실행능력평가회(Standard Performance Evaluation Corporation)는 아이테니엄이 처리속도와 부동소수점 계산능력에서 경쟁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울트라스파크Ⅲ’보다 나은 능력을 나타낸다고 평가하면서도 평범한 정수계산 운영에 있어서는 다소 뒤져 하이엔드시장에 적용하기는 아직 불충분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인텔은 이에 대해 ‘매킨리’ 등 후속모델에서는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텔은 왜 성능논쟁을 벌여가며 서버시장을 넘보는 것일까? 인텔은 향후 서버시장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바뀔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메인프레임이나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과는 달리 관리가 쉽고 분산이 가능하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할 수 있는 기업 컴퓨팅 환경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인텔의 전망이다.

 더욱 보편적이고 저렴한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이야말로 이 신시장을 개척할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 CPU업체들이 서버시장에 도전하는 이유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