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682)벤처기업

마지막 승부<10>

 

 그는 엄살을 부리면서 나를 청춘이라고 하였다. 그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나 역시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늙은이였다. 내각제가 되어 대통령의 권한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그의 말처럼 여행사 가이드 같은 처지는 아니었다. 그 말에 웃음이 나와서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나 정도 나이가 되면 하루가 달라지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야. 자네는 나보다 대중적인 인기가 더 있어. 지역성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긴 하지만, 총리 선거는 몰라도 대통령 선거는 그렇게 치열하지도 않을 걸세. 자네가 나가도 당선이 될 것일세.”

 “고문님 혼자의 생각이십니까? 다른 중진들과 의논하신 일인가요?”

 홍석천을 대통령으로 내세운 일은 본인보다 그의 추종자들의 뜻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자네가 대통령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당 중진들이 나를 찾아와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지. 소문이라는 것은 민심일 수 있으니, 최 의장을 대통령으로 밀라고 했네. 그러나 한동안 반대하였지. 그러다가 최근에 당내에서도 자네를 지지하는 세력이 커져가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승복했네. 내부 중진들과 합의한 일이니 받아들이게.”

 “반대하는 중진은 없습니까? 이 일로 당이 내분되면 곤란합니다. 우리 당의 목적은 대통령이나 부통령보다 총리를 세우는 일입니다. 당이 분열되면 총리 선출이 불가능해집니다.”

 “그것은 나도 알고 있네. 그래서 중진들을 설득시키느라고 시간이 걸렸던 거야.”

 나는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가 대통령 출마를 내놓는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단숨에 받아들이면 보기에 민망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생각에 잠긴 것은 그런 체면치레 때문이 아니라, 실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것이다. 그의 부름을 받고 오는 동안에도 계속 생각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일이었다. 허지만 나를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이 부통령 출마를 반대하고 대통령에 나가라고 종용했다. 그것이 현실로 돌아왔는데 자신이 없거나. 선배 정치인들에 대한 예의로 사양한다고 하면 그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돌아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결단을 내렸다. 나는 홍 고문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승부를 해볼 결심을 했다. 초년 때 벤처기업을 이끌던 심정으로 도전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