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랜장비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90년대 후반 삼성전자와 쌍용정보통신, LG전자(구 LG정보통신) 등 대기업들이 라우터와 스위치 등을 개발·생산하며 시스코와 스리콤 등 외국업체가 장악해온 랜장비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그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최근 들어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최근 기업용 네트워크장비 사업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해 그동안 주력해온 라우터와 스위치 등 랜장비사업을 정리하고 이를 대신해 향후 시장확대가 예상되는 VoIP장비 및 코퍼레이트 CDMA 등 기업용 모바일 인터넷 솔루션 사업부문을 확대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라우터와 스위치 등 랜장비사업에 있어 고가형 제품의 경우 시스코 등 외국업체의 입지가 워낙 공고할 뿐 아니라 제품 개발에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저가형 제품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참여로 시장경쟁이 치열해져 사업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라우터 및 스위치 사업을 중단하는 대신 신규 사업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랜장비 사업부문에서 라우터 한 개 모델을 생산하고 있으나 조만간 이 제품도 단종, 라우터 및 스위치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다.
98년 라우터를 개발, 랜장비 시장에 진출한 쌍용정보통신(대표 염정태)은 한때 라우터 생산모델이 9종에 이르기도 했으나 현재는 7개 모델을 단종하고 소용량 라우터 2개 모델만을 생산하며 랜장비 사업의 명맥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아직까지 라우터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은 지속하고 있으나 올 하반기부터 시스코의 라우터와 스위치를 수입·판매키로 함에 따라 자체모델 위주의 랜장비 사업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삼성전자와 쌍용정보통신에 비해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으로 현재 스위치 10개 모델과 라우터 4개 모델을 공급하고 있으나 이들 제품 대부분이 국내 중소벤처기업과 시장경쟁을 벌이는 중저가 제품에 머물러 고부가가치 제품은 시스코 등 외국산 장비를 수입, 공급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랜장비 매출목표 2000억원 가운데 자체 장비의 판매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상황 자체가 불투명한데다 여전히 국산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의 랜장비 사업이 크게 부진한 것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외국업체에 비해 제품개발능력이 떨어져 시장진입 자체가 어려운데다 저가형 제품은 중소 벤처기업들의 잇단 시장참여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기업 사업품목으로의 매력을 상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기업들이 랜장비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을 개척해야 하지만 국산 제품의 경우 성능 및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 브랜드 인지도마저 낮아 해외시장 개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관련업계는 국내 대기업들의 랜장비 사업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앞으로 랜장비시장에서 외국업체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