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인터넷조달시스템(e프로큐어먼트)을 구축하는 기업이 전업종에 걸쳐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시스템이 차세대 인터넷언어인 확장성표기언어(XML)를 기반으로 개발되지 않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중복투자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e프로큐어먼트는 XML이 아닌 ASP나 자바언어를 기반으로 개발돼 있어 외부 연동이나 확장성에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간(B2B) 거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자체 e프로큐어먼트를 구축, 사용하고 있는 모 대기업으로부터 협력사와 협업체제 지원을 위한 시스템으로 확장하기 위한 컨설팅을 의뢰받았는데 시스템을 검토한 결과 e프로큐어먼트를 외부로 확장할 수 없는 구조로 밝혀져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사 e프로큐어먼트를 향후 사설 e마켓으로 발전시키거나 외부 공개 e마켓과 연동한다는 전망을 밝히고 있음에도 이를 실현하는 데 기본이 되는 XML를 따르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XML이 차세대 인터넷 표준언어로 자리잡았음에도 민간업계에서 확산이 더딘 이유는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ASP나 자바언어를 기반으로 할 경우 1억5000만∼2억원 정도인 개발비가 XML을 채택할 경우 3억∼4억원 가량 드는 등 개발비만 두 배가 넘는 실정이다.
또 기술 도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이도 있다. 건설업에서 가장 먼저 인터넷조달시스템을 도입한 쌍용건설 외주구매파트 유정태 팀장은 “비용도 문제지만 기술 선택 기준은 현재 수준에서 활용 여부가 최우선”이라며 “XML이 지원하는 확장성이 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전자상거래(EC)가 지금보다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XML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e프로큐어먼트라 할지라도 향후 몇 년간 제기능을 발휘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ASP 언어를 기반으로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쌍용건설은 자바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e프로큐어먼트가 확산되는 것은 전체 EC 확산을 고려할 때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어차피 EC는 한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어떤 정보기술 도입보다 전체 기술 흐름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