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게임 무역장벽으로 논란을 야기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춘계 도쿄게임쇼는 물론 지난해 2월과 9월에 열린 AOU쇼, 잠마(JAMMA)쇼에도 한국 아케이드게임 업체들은 문전박대를 당했다.
일본측이 쇄국정책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외국 업체들, 특히 국내 아케이드게임 업계의 참여를 봉쇄하려는 논리는 저작권보호다.
오는 10월 열릴 추계 도쿄게임쇼를 주최하는 CESA(Computer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측이 외국업체의 참여를 불허하면서 내세운 논리도 같은 맥락이다.
CESA측은 도쿄게임쇼가 가정용 게임을 위한 행사라며 PC게임·온라인게임·가정용 게임 등으로 이식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는 아케이드게임의 전시는 허용할 수 없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 아케이드게임 업체의 참여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이같은 조치에는 더 큰 뜻이 숨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일본업체들의 견제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국내 유력 아케이드게임 업체의 관계자는 “일본 게임업계는 국내 게임개발사의 기술력이 수년전부터 눈에 띄게 개선되고 개발제품이 크게 늘면서 국내 업체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되자 자신들이 독식해오던 세계 게임시장을 빼앗길까봐 크게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 해외전시회 등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지 못했던 국내 아케이드게임 업계가 2∼3년 전부터 해외시장 진출에 눈을 뜬데다 정부지원이 크게 강화되면서 국내 업체들에 대한 위협을 더욱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폐쇄적인 태도는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한 국내 아케이드게임 개발사의 여력이 크게 늘고 제품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세계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선두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게임제작협회(회장 김정률)의 한 관계자도 “전세계 어디에서도 외국업체의 참여를 봉쇄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3대 게임쇼인 도쿄게임쇼, 잠마쇼, AOU쇼의 주최측은 그동안 한결같이 외국업체의 참여를 불허하는 규정을 내세워 국내업체를 비롯한 외국업체들의 전시회 참여를 막아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특히 국내업체들이 공식, 비공식 루트를 총동원해 문호를 개방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음에도 일본측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이같은 봉쇄정책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할 수 없이 일본 대리점에 판매하는 형식을 빌리는 등 일본업체를 앞에 내세우는 편법을 동원해 일본의 전시회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측의 잇단 국제전시회 참여 봉쇄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일본의 무역장벽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외교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임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게임전시회는 자국 업체들의 제품만 모아놓고 해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선전하는 데 국한돼 있다”며 “이는 결코 공정한 경쟁과는 거리가 먼 것이며 앞으로도 갖은 수단을 동원해 아케이드게임 시장을 계속 독식하겠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내 게임업계의 기술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해외진출이 늘어날수록 일본 게임업계의 국내업체 견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일본 고나미사가 국내 유수의 아케이드게임 업체 대상으로 법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도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이제 양국간 게임기술 전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일본측의 현재 태도는 한국정부가 취하고 있는 전향적인 대중문화 개방정책과 상치된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3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후 한일간 문화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측이 과거의 잣대만 고집해 국제전시회에 대한 외국업체의 참여를 계속 막는다면 양국간의 발전적인 협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철기자 rock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