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IT교류, 단일창구 시급하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초고속망 구축·영상체계 구축·남북합작회사 설립 등 IT 분야의 남북협력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6·15 공동선언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바세나르협정과 서방국가들의 정치적 압력 아래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첨단 IT교류가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단순교역이나 위탁가공을 넘어 첨단기술의 교류가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 고무적인 발전이다.

 이제는 이러한 표면적인 성과를 통일을 향한 더욱 내실있는 연결전략이 필요한 때다. 문제는 현재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를 위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개인이나 단체 차원에서 소개인을 통해 나름대로 북한과 연이 닿으면 교류를 위한 합의서를 받아내고 그 이후에야 통일부든 국정원이든 정부당국과 논의해서 협조를 구하는 형식이다. 교류에 자유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알아서 잘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나 몰라라 식의 무책임한 정부 입장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것도 어떤 국가적인 방향에 준한다거나 통일을 위한 큰 틀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좋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남북교류는 아닌지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가 통일을 위한 기초설계와 얼마나 맞닿아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고 염려스럽다.

 현시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남북IT교류를 위한 정부 또는 민간 차원의 단일창구의 개설이다. 이 창구를 통해서 충분하고 믿을 만한 북한의 정보자료를 민간기업이나 단체에 제공해서 더욱 전략적인 남북교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민간교류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협조와 최소한의 조정은 필수다. 수시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과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중국·러시아를 비롯하여 서구 열강들이 북한에 대해 경제교류의 기득권을 행사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남북경제교류를 민간에만 맡기는 소극적인 자세는 국익을 위한 최선이 아니다. 더구나 이윤추구가 최고의 목표인 기업들이 서로 기득권을 잡기 위해서 비정상적인 경쟁에 쏠리다 보면 오히려 사업은 물론이고 통일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일단 교류의 성사 자체에 목을 매는 모험적 투자가 과연 얼마나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지 심각한 검토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이윤을 목표로 하는 것이 남북교류의 기본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북한의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주변국들의 입김은 여전한 상황이다. 대북 교류 및 투자에 있어서 주변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민간교류의 노력이 소모성에 그치지 않고 통일을 위한 밑거름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욱 체계적이고 거시적인 국가 차원의 지원전략이 절실하다.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들은 뒤로하고 북한 당국이 IT 등 첨단과학에 욕심을 내는 최우선의 목표는 분명 ‘강성대국’이며 체제의 안정적 유지다. 그런 반면에 우리는 어떠한가. 통일을 위한 기반을 닦는다는 다분히 감성적인 접근자세가 아닌가. 동상이몽의 기형적 남북교류 협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동상이몽이더라도 상호이익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일단은 의미가 있는 것일 터이지만 이러한 모든 노력이 가시적인 통일

로 이어지지 않는 한 그 의미는 크지 않다.

 독일의 통일에 정보통신이 적지 않은 기여를 했지만 우리나라에도 같은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IT교류를 통하여 북한이 자력가능한 나라가 되도록 돕는 것이 목표인가. 그것이 통일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과연 큰 틀의 통일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보다 심도 있고 거국적인 논의와 합의가 부족함을 느낀다. 막연한 환상으로 통일에 다가가서는 안되며 중구난방의 민간교류가 자연적으로 통일의 문이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통일의 전체적인 포맷이 마련되고 더욱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민간교류의 체계수립과 실천전략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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