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비스유료화 유감

 인터넷 업계에 서비스 유료화 바람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네티즌의 반발이 심해 고전하는 업체가 많다.

 서비스 유료화는 언젠가는 이뤄질 수순이다. 또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조사 업체나 기관들이 ‘서비스 유료화’를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네티즌이 유료 콘텐츠 이용을 거부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많은 업체들이 이에 대해 유료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기보다는 국내 인터넷 경기가 크게 위축되자 업체들이 생존차원에서 갑작스레 추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혹자는 네티즌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무료로 이용하던 서비스를 갑자기 돈을 내야한다는 데 대한 부담이 앞섰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아직도 동일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이트가 많은데 굳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대다수의 업체들이 아무런 대책없이 유료화를 선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는 성인물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와 증권이나 전문지식과 관련한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정도나 유료화가 가능한 것으로 인식해 왔다. 물론 최근 들어 이들 사이트 이외에도 유료화에 성공, 네티즌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이버 고스톱·포커 등의 게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게임을 비롯한 게임 사이트와 일부 교육사이트들이 그곳이다.

 이들 사이트는 모두 무료 서비스와 유료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다소 발이 느리기는 하지만 기존 무료서비스는 계속 유지하면서 한편에서는 이용 편의성이나 정보 내용에 차별화를 가해 사용자들이 기꺼이 요금을 지불할 만한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는 바로 최근 국내 인터넷 업체들이 당면한 문제에 가장 합당한 말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우선 서비스 유료화를 통해 사업자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다. 또 사용자들은 보다 향상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데다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사업자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국산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유도할 것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업체들의 작은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