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97년 외환 부족으로 시작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왜 그런 일을 겪어야 했는지를 고민했었다. 그래서 그 해결책으로 각종 개혁 프로그램이 제시됐고 그에 따른 개혁 작업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새 건축물을 세우려고 할 때 지상을 몇 층으로 지을 것이냐에 따라 지하의 기초공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건축물의 규모가 클수록 땅 속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서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도 이와 마찬가지로 국민소득이라는 빌딩을 높이 세우기 위해서는 경제 체질을 개선해 대외 경쟁력을 높여야만 한다. 대외 경쟁력이 높아야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고 그것은 결국 국부를 늘리는 길이 된다. 현재 각 부문에서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 작업은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말하자면 건물의 안전을 담보하는 튼튼한 기초공사인 셈이다.
우리가 당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우리가 갖고 있는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변화된 경제환경에 제대로 적응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각종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볼 때 과연 무엇이 변했는지 의심스럽다. 최근 미국의 무디스나 영국의 피치 같은 세계적인 신용 평가회사들이 우리 나라에 조사를 나왔다가 왜 등급을 올리지 않고 그냥 돌아갔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나 금융부문에서는 많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목격한다. 그러나 그 이외의 부문에서는 97년 이전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된 원인은 아마도 변화에 대한 정신적 영양분이 모자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육체가 매일매일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서 비타민 같은 영양소를 필요로 하듯이 우리 국민도 과거와 다른 방법으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 나가지 않으면 또다시 어려움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정신의 비타민’을 매일 매일 복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