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정보통신망이 일반에 널리 보급되면서 스트리밍 콘텐츠는 엄청난 변화를 거듭해왔다. 이른바 브로드밴드(broadband)라 불리는 환경 속에서 콘텐츠를 가공하고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웹을 통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불과 3, 4년 전만 하더라도 CD롬이 아니고서는 구현할 수 없던 일들이 이제 웹에서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방송국 초기인 95∼96년 당시 스트리밍 미디어 콘텐츠는 말 그대로 동영상 보여주기 혹은 오디오 들려주기 수준이었다. 그렇다 보니 웹을 통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서비스한다는 ‘웹캐스팅’이란 말은 너무나 생소한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과연 기존 방송과 어떻게 다른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이는 인터넷이 갖는 장점인 양방향성을 살리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었지만 사실 당시로서는 양방향 서비스 구현은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이때 고민을 금방이라도 해소해줄 것 같은 일이 리얼네트웍스사에 의해 벌어졌다. 이른바 SMIL(스마일)이 그것이다. 스마일은 이미지(정지영상)·텍스트·동영상·오디오 등 다양한 리소스를 하나의 플레이어 창에 띄우면서 동시에 동기화(sync)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을 제시해 줬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리소스들이 화면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게 해주는 ‘동기화’는 작은 동영상으로는 표현할 수 없던 부분을 보충해 주는 데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교육방송을 한다면 강의하는 교수의 얼굴이 작은 화면에 나오는 동시에 강의 내용을 보강해주는 자료화면들이 큼지막하게 동영상 옆으로 나오는 식이다.
최근 이런 노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WMT를 이용하는 업체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TML의 스크립트 언어나 자바 등을 활용하면 WMT와 다른 웹데이터들을 동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99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기술은 고급기술 범주에 속했지만 지금은 이 정도도 못하면 수준 이하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2000년에 들어 스트리밍 미디어 콘텐츠업체들은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플레이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버 솔루션을 동원하고 있다. 채팅과 생중계 스트리밍을 한데 묶은 것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다. 성인방송은 바로 이 채팅과 생중계를 하나로 엮으면서 성공을 거둔 사례다. 물론 최근에는 증권방송·교육방송 등에도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구매 기능, 부가정보 표시, 다운로드 기능, 순간 녹화 기능 등 다양한 기술들이 콘텐츠 비즈니스를 돕고 있다. 이제 스트리밍 미디어 콘텐츠는 더 이상 단순한 동영상 보기가 아니라 진정한 멀티미디어로 점점 다가가고 있다. 머지않아 스트리밍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쯤에서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이 바로 콘텐츠라는 용어 그 자체다. 인터넷에서의 콘텐츠는 곧 서비스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스트리밍 미디어를 다루는 콘텐츠업체들은 촬영·녹음·편집·기술 등에 연연해서는 곤란하다. 보다 다양한 웹 기반의 솔루션들과 접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브로드밴드 시대가 원하는 네티즌만의 콘텐츠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둬야 한다.
이제 1∼2년 후면 MPEG4의 전성기가 오리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MPEG4의 경우에는 다중화면, 화면 분할, 레이어 구성 등 매우 다양한 기능들이 제공된다. 이 기능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이 입은 옷을 구매하게 해줄 수도 있고, 축구경기를 보면서 축구장 바닥에 수영장을 만들어 선수들이 물 위에서 뛰는 듯이 보이게 할 수도 있다.
과연 기술에 종속된 콘텐츠를 생산하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을 리드할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를 창조해갈 것인가. 빠르게 진화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장이들’에게 묻고 싶다.
캐스트서비스 사장 홍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