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 지상중계>주제토론

 ◆최신림 다산R2B컨설팅 사장

 남북경협을 비롯한 대북 관련 사업을 추진해 보면서 느꼈던 것은 철저하게 산업을 중심으로 통일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아일랜드가 농업국에서 지식기반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지역개발사업에 역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당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했다. 즉 외국인이 사업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없앴다. 또 유능한 인재를 만들 수 있는 선진화된 교육시스템도 한 몫을 담당했다. 이런 면에서 북한은 정비된 교육시스템을 갖고 있어 잠재적인 역량이 충분하다.

 또 하나, 남북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의 정보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아일랜드처럼 북한도 IT와 지식기반을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하며 정부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북한을 교류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돈이 될 수 있다는 모델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북한이 말하는 선진국인 ‘강성대국’을 위해 어떤 산업이 필요하고 남한이 어떻게 도움을 줄지, 또 어떤 혜택이 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논의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업이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해우 SK텔레콤 상무

 남북경협이 소기의 성과를 이룬 것은 제도적인 부분이 진척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교류에서 제도적인 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전력·통신·도로 등 인프라다.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당장 실현가능한 사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이 가장 아쉬워 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물류비용이다. 남한기업이 진출해 있는 항만에서 하역시설 정도가 갖춰져도 큰 도움이 된다. 이같이 작지만 현실가능한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가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발전에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통신분야 역시 실현가능한 사업부터 고민해야 한다.

 북한은 남쪽 기업보다는 외국기업과 협상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만약 외국기업에 인프라를 맡겼을 경우 통일 이후에 불필요한 비용을 또다시 쏟아 부어야 한다. 남북한 통틀어 IT산업 발전과 국가 기간인프라사업을 추진하고 조정하기 위한 컨소시엄이 필요한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남북 공통의 사업을 만드는데 외국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면 남북한 모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북경협이 한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성공모델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모범적인 IT교류 성공사례를 만들고 이를 위해 남과 북이 힘을 모으고 실행의지를 가질 때 남북경협은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

 

 ◆남영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해외협력단장

 소프트웨어진흥원의 해외협력단은 해외와 국내 IT기업을 연결하는 채널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중이다. 북한의 낙후된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동인이 필요하며 현실성있는 사업 협력과 모델을 찾아야 한다. 지식강국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로 흔히 아일랜드와 인도를 꼽는다. 농업국으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아일랜드는 지금은 1인당 GNP 2만6000달러를 기록해 유럽의 경제대국인 영국과 경제수준이 비슷하다. 인도 역시 IT강국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인도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를 해외에 수출해 국가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수출규모는 1.6억달러로 전체 수출규모의 1%를 조금 넘는 수치다.

북한의 경제상황 역시 인도 및 아일랜드와 비슷한 인프라 수준이다. 아일랜드의 성공요인이 외국자본이었고 인도는 교육이듯이 북한도 이같은 맥락에서 경제도약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신뢰다. 하지만 아직까지 남한기업은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사업을 위한 전제조건인 카운터파트조차 어떻게 찾을지 막막하다. 진흥원은 IT인력정보를 중심으로 한 정보제공사업을 추진해 신뢰감을 쌓고 궁극적으로 북한에 소프트웨어협력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정재형 벤처로그룹 대표 변호사

 남과 북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남북교류의 관건이다. 지난해 6.15선언 이후 민간차원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뤄낸 성과를 찾으라면 이를 발견하기가 힘들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정부의 후속작업이 너무나 미흡하다. IMF를 슬기롭게 극복한 실례에 비춰볼 때 법무부·재경부·통일부 등 해당부서의 미흡한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실제로 남북한이 4대 합의서 정도만 이뤘을 뿐 실무 부처 주도의 구체적인 실행사례가 거의 없다.

정부에서 최근 역점을 두고 주도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 역시 역사적인 대사건으로 남북교류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답방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적인 사업이다. 정부는 주변여건과 정치논리에 따라 분위기를 만들기 보다는 따라가는 식의 소극적인 대북정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주변여건을 만들 수 있는 상설적인 정책기구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한과 남한 정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적인 상설기구가 만들어지면 대북사업 역시 체계가 잡힐 것이다. 기구 산하에 남북경협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면 IT협력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 경협이 점차 궤도에 오르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책적인 지원과 관심, 이에 따른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하루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