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684.끝)벤처기업

마지막 승부<12>

 나는 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목을 받아 차기 대통령 선거에 임했다. 차기 정권은 통일을 완성해야 하는 여론에 봉착해 있다. 그 동안 남북 통일에 대한 행사나 사업은 많았으나, 남북간의 이해가 충돌해서 진전되지 못했다. 실리를 찾다가도 명분을 찾고 명분을 찾다가도 실리를 찾는 일이 반복되면서 세월이 흘러갔다.

 당장 통일이 될 듯하면서도 이십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때 만났던 정상들이 모두 타계한 지금까지도 통일은 완성되지 못했다. 독일은 대화의 물꼬를 튼 지 십년만에 통일이 되었으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양쪽 권력의 정상이 만난 지 이십년이 되도록 통일이 완성되지 못한 주요 원인은 바로 전쟁으로 인한 이질적인 적대가 너무 오래 지속되었다는 사실과, 지구상에서 그 전례를 볼 수 없는 종교인 주체사상의 영향이었다. 그것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는 달랐던 것이다.

 나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통일을 완성하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웠다. 국민들은 통일이란 낱말에 식상하고 지쳤으면서도 아직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연 통일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 역시 내 생전에 볼 수 없는 불가항력일까.

 그렇지만 통일을 향한 사업도 모험이고, 모험이라면 벤처기업이다. 나는 벤처기업을 하듯이 통일을 완성할 것이라는 결심을 했다. 내각제 체제에서 경제나 정치는 총리가 한다. 물론 총리가 통일 사업을 관장할 것이다. 그러나 외교와 국방에 비중이 높은 대통령의 직무로서 통일을 완성하는 일은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었다.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나는 벤처기업과 통일 완수를 한 데 묶어 풀었다. 그러자 상대방 후보진영에서 통일 같은 사업이 어떻게 모험이냐고 반박했다. 통일은 모험이 될 수 없는 지상 명령이라고 하였다.

 남북의 통일은 실제 모험이다. 그 이질적인 체제로 반세기가 넘어 잘못하면 1세기를 넘길지도 모르는 우려까지 주고 있다. 악담을 잘하는 사람은 우리 한반도를 삼국시대로 만들자고 했다. 억지로 통일을 하지 말고, 지역 정서 그대로 나라를 만들어 신라와 백제, 그리고 고구려로 만들어 3명의 대통령이 화목하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어떤가 하는 것이다. 평양은 당연히 고구려가 되겠지만, 서울은 백제와 신라가 나누어 가져야 할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궤변이 터져나오는 동안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나는 초등학교 때 반장 선거를 하였던 기분보다 더 긴장하지도 않은 마음으로 그 결과를 지켜보았다. 어차피 모든 인생이 모험이고, 벤처라는 생각으로 평상심을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