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서버제품이 서버시장을 흔들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닷컴기업의 불황과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이들 업체가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 중고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신형서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IDC 설립 붐으로 인해 대형 IDC는 물론 중소 IDC 업체가 경쟁적으로 서버를 도입, 고객유치작업을 벌였으나 최근의 경기부진 현상으로 인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그동안 구입해 놓았던 시스템을 급매물로 내놓는 바람에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경기부진으로 문닫는 닷컴기업이 속출하면서 소량이긴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구매가의 절반을 훨씬 밑도는 가격으로 유통시키고 있어 이같은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IDC와 닷컴기업에 공급된 서버의 물량은 대략 1만7000여대에 달한다”며 “이 중 20∼30% 가량은 사용되지 않는 유휴물량으로 일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개별 판매되거나 온라인을 통해 헐값에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중소IDC의 경우는 포장도 뜯지 않은 신형서버를 중고서버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중고서버로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은 컴팩과 선의 제품. IBM과 HP의 제품도 적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닷컴기업과 IDC에 서버를 대량으로 납품한 컴팩과 선의 제품이 많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컴팩과 선의 1분기 매출은 지난 4분기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기부진이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지만 중고서버의 재판매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가의 서버를 구매하기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는 오히려 중고서버를 도입해서라도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작은 규모의 기업은 보급형 서버로도 IT업무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모델이라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히려 중소기업이 서버를 도입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고서버의 유통이 시장질서를 흐리고 있다”며 “현재 이같은 업체의 증가와 중개업자의 난립으로 시장의 기능이 후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PC서버의 경우 이같은 물량 때문에 상당수 수요량이 줄었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문제는 비공식 판매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며 “대부분의 서버업체는 최초 서버 판매시 재판매 금지규정을 두고 있고, 재판매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서비스 부문의 경우는 재계약을 해야만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IDC·닷컴업체에 6000대 가량을 판매했던 컴팩코리아는 재판매 제품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를 최초 판매 이후 3년간은 제공한다고 원칙론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분적인 고장이나 부속품 교체만 지원할 뿐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구입한 고객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지원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일부 국내 업체들은 이같은 재판매 물량에 대해 유지보수 서비스를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어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재 이같은 물량이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경기부진이 장기화된다면 이같은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따라서 유명 외국계 업체의 제품이 재판매 물량으로 더욱 많이 유통된다면 저가를 무기로 틈새시장을 공략해온 국산 조립서버 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