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테크의 팀장은 해당팀을 하나의 별도회사처럼 운영하는 소사장입니다. 각 사업팀은 일종의 은행 역할을 하는 관리팀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펼치고 결과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고 이자를 지불합니다.”
삼테크 재무담당책임자(CFO)인 정락 전무(51)는 삼테크의 재무관리 특징을 한마디로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팀장 책임경영’이라고 표현했다. 영업은 물론 재무에 이르기까지 각 사업부문 팀장이 책임진다. 따라서 각 사업팀은 사업자금을 회사에서 차입하고 이자를 포함한 원금을 갚아야 한다. 물론 팀별 경상이익은 팀과 회사가 공유한다.
이 회사는 이러한 고유한 경영방식으로 지난해 매출 2700억원에 순이익 61억원을 달성했다. 자본금 50억원인 회사가 6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는 것은 삼테크의 재무관리가 어느 정도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부분 올 3분기 이후 IT시장 전망을 낙관하는데 대해 정 전무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현재 시장상황을 고려해 볼 때 IT 경기저점은 올해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안정성을 위해 보수적인 재무운영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올해 외형 성장보다는 실속있는 수익 위주의 재무관리를 펼치는 것이 삼테크의 재무운영 방향이다. 매출 2800억원에 순이익 8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 매출보다는 이익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재무관리 3단계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첫째가 매월 전월의 현금흐름을 따져 앞으로의 자금 집행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것이다. 계획된 자금집행으로 누수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이 전략의 목적이다. 둘째로는 모든 비용은 유동성의 50%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넉넉한 현금보유는 사업의 안정성을 더하기 때문이다. 삼테크는 현재 35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전략에 따라 영업비용은 최대 175억원을 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매 분기별로 팀장이 팀별 재무점검을 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할 때 스스로 경고하는 ‘적신호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한 것으로 IMF의 시련을 이겨내면서 터득한 방법이다.
이와함께 정 전무가 재무운영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자금의 효율성. “기업의 생명은 원활한 자금흐름입니다. 고정자산을 최소화하고 현금흐름을 원활히할 때 기업이윤과 주주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유리알같은 투명경영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삼테크는 매주, 매월 단위로 실적을 집계해 각 팀장들이 열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점도 도출할 수 있는 재무관리시스템을 개발, 타사에 판매한 경험도 있다.
IMF의 시련을 뼛속 깊이 경험한 탓인지 무엇보다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정 전무는 “우주에 음과 양이 있듯 기업에도 진취적인 그룹과 보수적인 그룹이 공존해야 하며 진정한 CFO는 언제나 정확하고 올바른 데이터를 확보, CEO의 경영을 뒷받침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나름대로의 CFO 자질론을 피력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