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비메모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부터 중소 반도체설계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했던 반도체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이 부처간 사전 조율 미비로 초기부터 표류하고 있다.
21일 정부 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앞다퉈 중소 반도체설계업체들이 개발한 비메모리 반도체 시제품에 대해 업체당 총경비의 50%를 지원, 이달말부터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들을 통해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참여업체들의 저조로 정책 시행시기를 늦췄다.
산자부는 지난달말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사업’ 공고를 내고 참여업체 모집을 시작했으나 1차 신청기간인 지난 8일까지 신청업체가 10여개사에 머무는 등 예상보다 저조하자 이달말 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에서 시작하기로 한 0.35㎛공정 셔틀 런을 내달로 일단 연기했다.
정통부도 당초 이달말 참여업체 모집 공고를 내고 다음달부터 ‘ASIC 원스톱 파운드리 서비스’에 착수할 계획이었으나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보고 사업 추진 자체를 잠정 보류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정통부는 이 사업에 배정하기로 한 45억원을 양산단계에 있는 업체에 상환형태로 대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산자부는 추가 모집을 통해 공정별로 참여업체가 구성되는대로 라인을 가동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제품을 생산하기로 계획했던 중소 업체들은 출시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면서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반도체설계업체 한 사장은 “처음부터 두 부처가 무리한 계획을 잡아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고 몇 차례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해오다 시작단계에서 갑자기 방향을 바꾼 것은 계획 자체가 주먹구구식이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재경부의 IT업무 조정안을 받아들여 산자부와 협의아래 효율적인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으며 산자부는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웨이퍼 투입 시기를 상황에 맞춰 조율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부처가 효과적인 통합 지원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업체들의 참여율이 계속 저조할 경우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집행하려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