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리더쉽
데이비드 아커·에릭 요컴스탈러 지음, 브랜드앤컴퍼니 펴냄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데 브랜드는 필수적인 요소다. 널리 알려지고 특별한 이미지가 형성된 브랜드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열광시키는 매력을 갖고 있다.
브랜드가 탁월한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는 물론 품질과 성능 이상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은 제품은 아무리 품질과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외면당하고 제값을 받기가 어렵다. 심지어 똑같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어떤 브랜드를 다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느낌과 반응은 천지 차이로 달라질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도 무엇보다 브랜드 파워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일제나 유럽제 유명 브랜드보다 훨씬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고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여전히 싸구려 브랜드로 인식되곤 한다.
흥미로운 점은 첨단 IT산업이나 인터넷 닷컴사업에 있어서도 브랜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일선에서 일하는 마케팅 실무자라면 누구나 선도기업이 갖는 브랜드의 위력을 실감해봤을 것이다.
어떤 유형의 산업이건 강력한 브랜드만큼 소중한 자산은 없다. 기업들을 항상 괴롭히는 경쟁사의 위협과 고객의 가격인하 압박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길은 강하고 튼튼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면서 지난 10년 동안 브랜드에 관한 책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얻고 있는 책, 즉 가장 높은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고 있는 책으로 미국 UC버클리대학의 데이비드 아커(David A. Aaker) 교수가 저술한 ‘브랜드 자산의 전략적 관리’와 ‘강력한 브랜드의 구축’ 두 권을 꼽는다. 이 두 책은 브랜드 자산을 어떻게 창출하고 강력하게 만드느냐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아커 교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단순한 관리적 수준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지침을 제시해주기 위해 브랜드 컨설턴트 에릭 요컴스탈러와 공동으로 바로 이 책 ‘브랜드 리더쉽’을 저술했다.
이 책에서는 브랜드 자산을 브랜드 리더십의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네 가지 방안을 소개한다.
첫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념의 확장이다. 즉 브랜드 에센스를 설정하고 서로 다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복합 아이덴티티를 적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정교화시키는 과정이다.
둘째는 브랜드들이 어떻게 관련돼야 하는지, 어디까지 확장돼야 하는지에 대한 브랜드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일이다. 특히 브랜드 관계 스펙트럼에 주목하며 이를 위해 하위 브랜드들이 어떻게 브랜드 레버리지를 증대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가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셋째는 대중매체광고를 초월해 어떻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다. 지금까지 브랜드 구축수단으로 잘 사용되지 않던 스폰서십과 인터넷 등을 소개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넷째는 글로벌 브랜드 리더십을 조직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로 다룬다. 소비자와 경쟁의 특성이 다양한 국제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관리하는 일은 더욱 복잡하다. 저자들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과 절차 창출이 첩경임을 제시한다.
이 책은 브랜드 전략에 관한 광범위한 실증조사를 기초로 쓰였다. 브랜드는 국경을 초월해 통용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전세계에 걸쳐 300개 이상의 사례연구를 실시해 제시하고 있다. 이런 사례연구들은 책의 많은 부분에서 이론과 모형을 이해하고 실제로 적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커 교수가 앞서 저술한 두 책을 읽어본 독자에게 이 책은 브랜드에 관한 지식을 정리하고 완결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 chaelim@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