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글로벌 파일(13)전력회사의 민영화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 도상국

 전력 발전, 송출 및 배급이 세계화 되고 민간 분야의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독립 에너지 공급업체(IPPs)는 1998년에 총 생산능력의 7%만을 가동시켰고 2020년까지 신규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가동시킬 것이라고 에너지 정보부(EIA)가 전했다.

 영국은 유럽에서 민영화 바람을 주도했으며 EU는 1997년까지 유럽의 전력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동유럽과 구 소비에트연방 국가들 역시 아프리카의 대다수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 흐름을 받아 들이고 있다.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콜롬비아 등 사실상 거의 모든 남미의 전력회사들이 의욕적인 계획아래 하나둘 민영화되었다. 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 필리핀, 말레이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의 경우도 민영화된 전력 생산에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형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기간설비와 관련된 자본의 조달을 정부가 책임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시장원리에 맡겨두고 있다. 점점 더 발전소 건설 결정은 정부 부서에 의해서가 아니라 회사의 임원실에서 정치적 시각을 배제한 이익의 측면을 고려해 결정되고 있다.

 보다 크고, 집약되어 있으면서도 훨씬 가변적이며 더욱 넓은 활동범위를 지닌 새로운 형태의 회사들이 세계 전력산업에 출현하고 있다. EIA에 따르면 1996년과 1999년 사이 미국 전력사업에는 매년 평균 14건의 합병과 인수가 있었으며 같은 시기 해외 전력 업체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270억달러로 4배나 증가했다.

 전력 회사들은 세계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면서 여러 종류의 수익성과 위험을 경험하게 되었고 결국 이들의 투자는 국가 전반적 전력 상황은 무시한 채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것이 계속적인 전력공급의 부족을 낳은 배경이다. EIA의 ‘2001년 국제 에너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1999년에서 2020년까지 매년 전력 소비는 평균 2.7%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러한 공급 부족의 현상은 개발도상국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선진국은 그 수요가 매년 1.8% 정도씩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도상국은 매년 4.2%의 수요증가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IA는 2006년까지 세계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1조달러 이상의 투자가 예상된다고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호주, 미국을 포함한 적지 않은 나라들이 전력부족을 경험했고 그것은 대부분 발전 및 송전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었다. 막강한 산업구조와 구매력 있는 소비자를 보유한 미국같은 나라들은 에너지 기반 시설 투자를 위한 새로운 자본을 유치하거나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미 상무부에 의하면 미국 내 전력시설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1998년 30억달러에서 1999년 260억달러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1997년 대규모 규제 완화 이후에도 이와 같은 투자에 의존한 발전소 건설은 뉴욕주 내에서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실 미국과 달리 부유하지 못한 나라 혹은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보장받고 있지 못한 나라의 경우 투자를 유치하기는 매우 요원한 일이다. 대표적인 예가 브라질이다. 미국의 전력 공급회사 AES는 5월 8일 계속 높아져 가는 투자의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계획되었던 브라질에 대한 20억달러의 발전소 건설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AES의 중지 결정은 브라질의 전력부족 상황에 즉시 영향을 준다기보다 장기적으로 전력수급을 악화시킬 것이다.

 현재 매일 정전을 경험하고 있는 인도는 가난 극복과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2배의 전력이 필요한 상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약 250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인도 정부는 현재 마땅한 대책이 없으며 대규모 민자 유치 계획 또한 물거품이 되어버린 상태다. 지난 18개월 동안 컨젠트릭스, 내셔널파워, 대우 그리고 일렉트리시트드프랑스와 같은 해외 기업은 인도 전력 부문 투자에서 모두 철수했으며 앤론은 현재 미지급금 문제로 인도 최대 외국인 투자인 30억달러의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빈국에서 시장 경쟁이 창출할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은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민영화 사업자들이 존재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 오히려 민영전력회사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만을 조성하고, 전력난과 시장의 독점 또는 과점에 따른 가격횡포를 야기할 것이다. 또한 민영화와 합병은 여러 가지 경제적 의미에서 에너지 부국과 빈국의 차이를 심화 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대형 기업들 특히 전력집약적 원료 가공 생산자의 경우 자신들의 경영전략을 재고해야 할 것이며 에너지 빈국에 대한 투자를 기피할 것이다. 국가 자원이 풍부하지 못하거나 수출 제조업 기반을 가지고 있지 못한 에너지 빈국의 경우 심화된 경기침체 위협과 전력부족은 정부에게 전력 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재고하게 할 것이다.

 빈국 국가의 정부들은 자국민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격조정, 자회사, 보호방책, 강제투자와 같은 정책으로 개입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개입은 이미 인도, 브라질, 러시아뿐만 아니라 뉴욕과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입은 바꾸어 말해 사기업들에 불평등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며,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위의 국가나 주에 투자를 가로막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민주의자와 민족주의 지도자들은 대형 다국적 전력기업을 국민경제 파탄의 원인으로 간주하고 그들을 비난할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의 경우 전력산업은 다시 과거의 국영 혹은 공영화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