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시장이 가격하락과 수요부진으로 악화일로에 있는 가운데 동남아 등지를 중심으로 패키징이 되지 않은 D램이 웨이퍼 단위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일부 D램 제조업체들과 유통업자들이 D램을 저가에 웨이퍼 상태로 유통시키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미국 로버트슨스티븐스증권사 애널리스트 에릭 로스도이치는 “최근 D램 중개업자들과 접촉한 결과, 대만의 일부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들이 가동률이 50%를 밑돌자 D램을 웨이퍼 상태로 시장에 대거 풀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D램 제조업체들도 수요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웨이퍼를 테스트와 패키징하지 않고 직접 거래선과 브로커들에게 공급해 이같은 상황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유통물량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최근 수급상황과 비교해 지나치게 D램 가격이 폭락한 것으로 미뤄 상당한 물량이 나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전의 불황기에도 일부 업체가 긴급자금 조달을 위해 웨이퍼상의 D램을 내놓았으며 유통업체도 일단 확보한 후 호황기에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D램 불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유통업체들도 패키징업체와 결탁해 약간의 마진만 남기고 재판매하고 있어 예년에 비해 유통물량이 넘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 여파로 D램 가격은 더욱 떨어지고, 채산성이 더욱 악화된 업체들이 또 다시 유출물량을 확대하는 악순환도 예상된다. 국내 업계는 웨이퍼상의 D램이 가격에 미칠 영향보다도 모조품으로 위장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최근 동남아 등지에서 128M D램 모조품이 나돌자 조사에 나선 하이닉스반도체 담당자도 “아직까지 정확한 유통경로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웨이퍼 단위로 거래된 타사 제품을 우리것으로 리마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D램시장이 수요부진과 비정상적인 공급과잉으로 당분간 가격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침체된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거래가 확산되고 결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져 그 몫은 제조업체들이 질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